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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시리즈 10] “의심스러우면 백성에게 물어보라”
600년 전 군주가 지적한 관료행정 일 처리의 핵심
 
세종신문   기사입력  2017/01/23 [21:40]

여민가의(與民可矣)-백성과 함께하면 가능하다.

묻지 않고 편하게만 하려 하지 말고 백성에게 물어보고 함께해라

 

 

성과를 내고 싶다면 백성과 함께하라는 세종

 

세종 재위 12년 12월 20일 조정에서는 이런 대화가 오고 갔다.

 

경상도 감사가 아뢰기를, "토지를 다시 측량한 뒤 새로 개간한 밭을 알아내기가 매우 곤란하오니, 오래 전부터 경작하던 토지의 예에 따라 세를 받아들이게 하소서.” 하니, 

임금이 말하기를, "어째서 알아내지 못한단 말이냐. 만일 그것이 의심스럽다면 백성과 같이 하면(如其可疑, 則與民可矣)될 것이니, 이렇게 하도록 호조에 이르라.” 하였다. 

과거에 새로 개간한 토지에 대하여는 2년까지는 세를 면제하고, 3년에는 절반을 감하고, 4년째에 가서 전액을 받기로 한 정책 때문에 이런 보고가 있었던 것이다.

 

먼저 행정편의주의가 보인다. 어떤 것이 새로 개간한 것인지 구분할 수 없다고 여겨 예전의 조세, 즉 2년과 3년에 걸쳐 면세해주는 조항을 무시하고 그냥 세금을 받자는 주장이다. 공무원에게는 가장 편한 방식이다.

하지만 임금의 생각은 달랐다. “어찌해서 못 알아낸다고 하는가”라고 질책한 후 “백성과 함께 하면 충분히 할 수 있는 일”이라고 타이른다. 지역현장을 맡은 관리는 편리를 따지고 백성들의 실상을 외면하지만, 구중궁궐의 임금은 백성을 위한 일이니 백성과 함께 하라고 꾸짖는다.

 

 

만약 담당자 뜻대로 하라고 했더라면!

 

새롭게 개간한 토지의 조세문제는 매우 중요한 현안일 수 밖에 없다. 농업이 국가경제의 전부인 시대에 생산수단인 농토의 확대는 국가경영의 핵심이었다. 그런데 새롭게 농지를 만드는 일은 어려운 일이다. 요즘으로 치면 새롭게 기업을 세우고 장기적인 성장동력을 갖추어가는 일과 같다.

손대지 않은 땅을 맨주먹으로 일궈내는 일은 참으로 고단한 일이었을 것이다. 나무를 베고 뿌리를 뽑아내고 돌을 들어내고 거름을 하고 곡식을 심을 수 있는 땅으로 만들어야 한다. 이미 갖추어진 경작지에 농사짓는 것과 비교하면 얼마나 많은 수고를 쏟아야 하겠는가. 그래서 2년간 세금을 면제해주고 3년째는 절반만 받음으로써  황무지 개간의 의욕을 키워주고 손수 개간한 사람에게 이득이 돌아가게 해주려는 정책이었다. 만약 이때 관리의 의견에 대한 임금의 반응이 이랬다면 어땠을까?

‘그대가 형편을 가장 잘 아니 그대의 소견대로 하라’

그렇다면 새로운 경작지 개간의 의욕은 땅에 떨어졌을 것이고 세종 초년에 비해 말년의 경작지 면적이 2배로 늘어나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 단 한 순간일지라도 원래 정책의 목적을 잊지 않은 세종의 한마디가 수많은 사람들에게 희망을 심었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 농토의 확장, 즉 당시 경제핵심인 농업생산력의 확대라는 엄청난 성과를 거두게 되었다.

 

일자리와 창업문제에 대한 진부한 접근들

 

경제문제는 정책의 문제 이전에 삶의 문제다. 매일 손을 찔러 넣고 만지작거리는 주머니 사정이고 피부에 스치는 생활문제다. 잊고 살수 없고 한탄만 한다고 해결되는 것도 아니다. 그런데 공무원은 매달 정해진 월급을 받는 철밥통이다. 잘 된다고 더 받는 것도 아니고 못 된다고 잘릴 염려도 거의 없다. 사고만 안 나면 된다. 그래서 피부에 와 닿는 삶의 문제가 아니라 어떤 문제도 생기지 말아야 하는 소극적 정책사안 중에 하나에 불과하다고 생각할지 모른다. 사명감이 없다면 말이다.

하지만 자영사업을 하고 농사를 짓고 일반직장을 다니는 시민들은 다르다. 먼저 자신이 일할 자리가 필요하고, 만들어 낸 농산물이 제값에 팔려야 하고, 성장한 자녀들이 좋은 기회를 포착할 수 있는 일할 기회가 있기를 바라는 마음이 절실하다. 이 절실함을 얼마나 공감하는지 알 수 없다. 

좋은 일자리와 인재는 서로 시소게임을 하듯이 상호 보완적이다. 인재를 키우면 기업이 좋고, 기업이 좋으면 인재가 모여든다. 어딘가에서는 둘 중 하나를 키워야 다음 순서가 다가온다.

양질의 일자리, 즉 21세기형의 창조적 기업들은 모두 외지에 있으니 노동 중심의 단순업무만 가능한 일자리를 만들려는 접근은 인재를 붙잡아 두지 못한다. 인재가 없으면 기업은 만들어지지 못한다. 여전히 같은 자리만 맴돌 뿐이다. 그런 환경에서는 기존의 몇 푼 안 되는 기득권조차도 엄청난 권리처럼 보여지고 전체적인 수준은 하락할 수 밖에 없다. 지금 여주의 현실이다. 

 

 

창업과 일자리창출에 관한 정책집행, F학점이나 다름없다

 

기업을 키우거나 새로 유치하던지 인재를 양성해야 한다. 기업을 유치하려면 매력이 있어야 하는데 가장 큰 매력이 인재 아닌가. 그리고 주거 및 상업, 여가환경이 뒷받침 되어야 한다. 그럴 환경이 안 된다면 먼저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일이 전략적인 창업인재를 키우는 것이다. 가장 저렴하고 접근 가능하며 확장성이 뛰어난 투자임이 분명하다. 

여주의 젊은이와 잠재적 능력을 갖춘 여성과 경험 많은 장년계층에 이르기까지 인재가 모이고 커 나갈 수 있는 장이 마련되어야 한다. 과거의 방식으로는 안 된다. 물의 흐름이 변하는데 노 젓는 방식은 그대로라면 얼마나 힘들겠는가. 그리고 지금까지 이렇게 해 왔으니 앞으로도 이렇게 하자는 방식은 다 같이 조금씩 가라앉는 구멍 뚫린 배와 같다.

경제활성화라는 주제는 국가경영이든 지방자치단체의 정책이든 가장 우선순위에 올라온다. 그 중심에는 일자리와 기업환경이 있다. 이를 위해 새로운 정책들을 만들고 의욕을 가지고 시행하다가 난관에 부딪히면 결국 아무 탈 없는 과거의 방식을 따르며 무난한 길을 따른다. ‘그대의 소견대로, 하던 방식대로 하라’고 한다. 그런데 여주시의 경제정책은 어떻게 실천되는가? 홈페이지를 둘러보았다. 취업정보와 분야별 정보의 게시판 현실은 이렇다.

 

▲ 여주시 관내 구인기업의 급여수준은 모두 최저임금 수준의 시급 알바와 월 130-200만원 안쪽이다. 양질의 일자리가 없다. 

 

▲ 유일한 지역맞춤형 일자리 창출사업은 2년전 공지자료가 유일하며 맨 위에 올라와 있다. 그 이후에는 어떤 지역중심의 일자리 만들기 사업도 없었다.  

 

▲ 일자리센터 채용행사 코너다. 2년전 장애인 취업박람회 공지가 여전히 공지란에 그대로 있고 여주시 자체적으로 기획시행하는 일자리 만들기 행사는 빈약하기 짝이 없다.

 

▲ 일자리센터의 취업지원교육란의 공지내역이다. 2016년은 사업이 없었는지 아예 공지가 없다. 17년 올해 청년 10명, 중장년 15명을 재취업 교육하겠다는 공지다. 3주간 집단상담 15시간, 개별상담 3시간의 교육이 어떤 결과를 만들지 궁금하다. 마인드교육? 능력개발? 적성발견? 자신의 무능함을 다 까발리면 한달에 150만원짜리 일자리를 잡아줄까?  

 

 

‘돈이 도는 여주’는 빈 수레 공약, 이제는 시민에게 물어보라

 

돈이 돌려면 돈을 버는 사람들이 많아야 한다. 외부에서 오든 내부에서 순환하든 시민 다수가 돈을 벌고 그것이 다시 지역경제에서 순환되어야 한다. 그 순환구조의 가장 취약한 고리가 어디일까? 그 고리를 붙잡고 선순환의 고리에 연결시키는 노력을 기울이면 돈의 흐름이 달라지지 않을까?

가장 현실적인 이야기는 현장에 있다. 바로 시민들이다. 건건이 물어보고 듣다 보면 당사자의 이해관계에만 집중된 지엽적인 이야기로 흐를 것이다. 하지만 다양한 계층과 분야를 아우르면 진짜 가려운 지점이 어디인지 어디서 물꼬를 터야할 지를 파악할 수 있을 것이다. 이제 시민에게 물어보라. 그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고 그들을 도와주라. 실효성 없는 정책, 길게 이어지지 못하고 단발성으로만 끝나는 경제 살리기 구호는 더 이상 되풀이하지 않기를 바란다. 

 

그 옛날 말 타고 다니고 붓으로 문서를 작성하며 결과를 알기 위해 몇 날이 걸리던 그때도 이렇게 했다.

"어째서 알아내지 못한단 말이냐. 만일 그것이 의심스럽다면 백성과 같이 하면(如其可疑, 則與民可矣)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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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7/01/23 [21:40]  최종편집: ⓒ 세종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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