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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보다 ‘사람’을 중심으로 보는 사회가 되어야”
[인터뷰] 윤희경 여주심리상담센터장
 
세종신문   기사입력  2017/11/23 [11:48]
심리상담가는 닫힌 마음의 문을 열고 아픔을 어루만져 상처를 치료하는 사람이라고 할 수 있다. 전문 심리상담가로는 여주에서 독보적인 존재로 알려진 윤희경 여주심리상담센터장(이하 윤 센터장)을 만났다.

이번 인터뷰는 심리상담사로서의 이야기보다는 윤 센터장이 힘을 쏟고 있는 ‘경계성 아이들’에 관련된 활동에 초점을 두고 진행했다. 사회 적응이 어려운 경계성 아이들. 이들이 세상 속으로 들어가기 위한 준비도 필요하겠지만 세상은 과연 이들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있는지 생각해 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 윤희경 여주심리상담센터장     © 세종신문


심리상담사로 30년을 보냈다. 여주에서 활동하게 된 과정이 궁금하다.

간호학을 전공하고 정신과 간호사로 일을 시작했다. 일을 해보니 아픈 사람이 너무 많더라. 이걸 미리 예방하면 좋겠다는 생각에 학교 보건소로 갔지만 할 수 있는 일이 별로 없었다. 그 때 심리학 공부를 시작했다. 심리학으로 석·박사를 하는 과정에 많은 갈등을 느꼈다. 모든 것이 ‘병’ 중심이지 ‘사람’을 중심으로 하는 치료법이 없었다. 이건 아니다 싶어서 재활 쪽 상담을 주로 많이 하게 되었다. 재활센터들이 정부 예산을 받아 그 틀에 맞춘 사업을 하는 경우가 많은데 나랑은 맞지 않았다.

2009년 여주에 정신보건센터가 생기면서 발령을 받아 오게 되었다. 여기에서 정부가 하라는 대로가 아니라 참여자들이 원래 하던 식으로 농사도 짓고 벌도 키우면서 실적과 관계없이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당시 참여자들이 너무 행복해 하는 걸 보면서 자신감을 얻었다. ‘관점을 바꾸면 사람을 중심으로 한 상담을 할 수 있겠구나’ 생각하게 되었다. 상담센터를 시작하고 나니 실적에 신경 쓰지 않고 상담에 집중할 수 있었고, 어떤 시스템 하에서 하는 것보다 훨씬 효과가 좋았다.


직함이 여러 개다. 어떤 일들을 하고 있나.

여주심리상담센터장 이외에 ‘경계성’ 아이들이 함께 두부를 만드는 ‘참살이협동조합’ 이사장과 비영리법인 ‘세종성장연구소’ 대표이사를 맡고 있다. 사회복지에 관심 있는 32개의 기관과 단체가 모인 ‘여주시사회복지협의회’ 회장도 올해부터 2년간 맡게 되었다. 여주대학교 심리학과 겸임교수로도 활동하고 있다.

오랜 기간 상담을 해오면서 늘 마음에 걸렸던 것 중 하나가 상담을 통해 결과적으로는 좋아져도 그 분들이 갈 곳이 없다는 것이었다. 아팠던 흔적이 있는 사람으로 취급받게 되고 결국은 사회인으로 자리매김하기 어려웠다. 늘 뒤끝이 헐거운 느낌, 마침표를 찍지 못한 느낌을 받았다. 그 생각들 때문에 상담센터 이외에 다른 일들도 고민하게 되었다.

 
‘경계성’ 아이들과 관련된 사업에 힘을 쏟고 있다고 들었다. 우선 경계성 아이들에 대한 설명이 필요할 것 같다.

상담을 하면서 재활의 가능성이 가장 높지만 전문적인 프로그램이 없어 안타까운 아이들이 바로 ‘경계성’ 아이들이었다. 그래서 고민을 집중하게 됐다. 경계성 아이들은 대인관계나 사회적응력이 좀 떨어지긴 하지만 지적장애인과는 다르다. 그래서‘경계성’이라는 표현을 쓴다. 경계성 아이들은 지능이 떨어지지 않는다. 지적장애가 원인이 아니기 때문이다. 전혀 문제가 없어 보이는 경우도 많고 자기주장도 잘 하고 재활의 가능성도 높다. 훈련 프로그램만 잘 거치면 좀 느리긴 해도 일반인과 같은 사회활동이 가능해진다.

일본의 경우 이런 아이들이 2%가 넘는다. 우리나라에 는 통계치가 없을 정도로 이 문제에 대한 관심 자체가 매우 낮다. 내가 능력만 있으면 조사를 하러 다니고 싶을 정도다. 여주안에서는 학교만 조사를 진행해 본 적 있는데 이런 아이들이 20%가 넘었다. 요즘엔 아이들 대부분이 공부를 잘 할 것 같지만 학교 현장에는 학습능력이 안 되는 아이들이 굉장히 많다. 이 아이들은 위기 처리능력이 부족하다보니 보호자가 늘 가까이 있어야 한다. 고등학교 때까지는 학교라는 울타리 덕분에 큰 문제가 생기진 않지만 졸업하면 사회로 나가야 하는데 마땅히 갈 곳이 없다. 그럼 이들은 거의 ‘은둔형’으로 들어서게 된다. 사회에 나오면 아무런 프로그램이 없다. 편견을 갖고 대하는 경우도 많다.

이들을 사회로 끌어내주어야 하는데 지금의 사회는 성과를 빨리 빨리 내지 못하면 도태된 사람이라는 공식이 정해져 있다. 이 공식대로라면 경계성 아이들은 ‘백수’가 될 수밖에 없다. 사회적인 역할과 기능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아예 없는 것이다. 사회적으로 자리를 잡지 못해 집에서도 천덕꾸러기 신세가 된다. 그러면 삶의 질이 떨어진다.

느리지만 세상에 제 기능을 하는 사람이 될 수 있는 길을 열어주는 곳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이런 아이들도 얼마든지 잘 살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 바로 나의 일이다.


‘세종성장연구소’는 어떤 곳이며 왜 만들게 되었나.

어느 날 10년 넘게 방 안에서만 지내던 여자아이가 나를 찾아왔다. 상담센터를 오픈하면서부터 그 친구를 만났다. 센터 올라오는 벽에 있는 만다라는 거의 다 그 친구 작품이다. 올 때마다 한 장 한 장 작업했는데 전화도 못 받던 아이가 전화도 잘 받고 너무 좋아졌다. 이 정도 수준의 아이들은 재활을 통해 우리 센터에서 파트타임 직원으로 고용하기도 한다.

이런 과정을 거치면서 이 경계성 아이들이 일할 수 있는 협동조합 같은 게 필요하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러다 기회가 되어 ‘참살이협동조합’을 만들어 8명이 출발을 했다. 그런데 경계성 아이들은 일 할 곳이 생겨도 가서 적응할 수 있는 능력이 안 되면 할 수가 없더라. 사회성을 더 성장시키는 훈련을 하는 곳이 있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 경계성 아이들이 나이가 들어서도 “너 요즘 어디 다니냐?”라는 질문을 받았을 때 답할 곳이 있으면 좋겠다 싶었다.

그래서 ‘세종성장연구소’를 만들게 되었다. 그 아이들의 뿌리를 만들어주기 위한 것이다. 세종성장연구소는 내 것이 아니라 이 아이들의 것이다. 사회 구성원으로서의 사람에게 소속감은 굉장히 중요하다.


‘세종성장연구소’에서는 어떤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나.

세종성장연구소는 모두 자조모임이다. 요가, 경제학습, 자기표현 미술활동, 상담, 보컬그룹, 자기가 잘하는 분야에서 리더를 세워 스스로 끌고 나가고 있다. 나는 대표이사라고 하지만 사실상 서포터의 역할과 조정 작업만 하고 있다. 지금은 따로 사무실이 없어 센터의 일부를 쓰고 있다.

아이들을 사회의 일원으로 만들기 위한 프로그램을 하고 있는데 집중 프로그램인 ‘세상 속으로 한 발자국’, 밖으로 나가 사회를 직접 경험하는 ‘세상 속으로 두 발자국’, 전문성을 키우는 ‘세상 속으로 세 발자국’, 마지막으로 실전 프로그램인 ‘세상 안으로’, 이렇게 연결되어 있다.

경계성 아이들은 습득능력이 빠르지 않다보니 기술적인 면에서 빨리 성장하지 못한다. 그러다보니 두려움이 커지고 도전정신이 약해지기도 한다. 나는 무조건 해보라고 밀어준다. 경험을 직접 하면서 부족함이 무엇인지 알아내는 것도 중요하기 때문이다. 대신 내보내기 전 토론을 많이 한다. 그래서 가야한다는 전제를 정해 놓더라도 그것을 시작하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린다. 그래도 얼마나 잘 하는지 모른다. 내가 개입하지 않아도 스스로 알아서 다 한다.

사회일원으로서의 역할을 하기 위해 협동조합에서는 하루도 안 빠지고 두부를 만들었다. 이 정도면 ‘합격점’이다. 다른 일을 하러 갈 수 있을 정도다. 이런 친구들은 이제 한 단계 더 나아가야 한다. 참살이협동조합에서 2년을 채운 청년이 지금은 우리 상담센터에 와서 행정업무를 보고 있다. 전화도 받고 상담예약도 받고 사람들도 많이 만난다.


‘세종성장연구소’ 이름에 담긴 뜻은?

이름에 ‘세종’을 넣은 이유는 우선, 여주 안에서만 아니라 전국적으로 확산을 하기 위한 목적이 컸다. 또한 세종대왕 역시 많은 고민 속에서 필요한 것들을 하나하나 만들어가셨듯이 이 아이들도 자기 삶에서 필요한 것들을 만들어 가서 성장시키는 그런 곳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에서였다. 세종은 자기가 직접 체험하고 그 안에 뛰어들어서 해결했던 왕이다. 세종은 이뤄낸 것도 많지만 언제나 늘 같이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그런 의미도 담았다.

원래는 센터로 할까 하다가 연구소로 결정했다. 이유는 ‘센터’나 ‘심리’ 같은 말이 들어가면 이 아이들이 ‘치료’를 받으러 다닌다는 생각을 하게 되는데 그게 아니라 스스로 자기문제를 연 구하고 개발해 나간다는 생각을 심어주고 싶어서였다. 그리고 연구소 부설로 여러 가지 사업도 할 수 있어서 연구소라고 짓게 되었다.


‘세종성장연구소’ 다음의 그림이 있는 것 같다.

경계성 아이들을 위한 센터는 현재 전국적으로 사례가 없다. 그래서인지 멀리서도 여기로 많이들 찾아온다. 나는 이런 시설이 전국 단위로 있었으면 한다. 이런 시설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인식 변화를 시켜내는 것도 내 몫이다. 각 지역에서 이런 시설을 만들고 ‘세상 속으로’와 같은 프로그램을 진행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우리 ‘세종성장연구소’는 은둔형 외톨이들을 사회에 적응시키는 하나의 모델과 같은 공간이라고 생각한다. 기획이나 구체적인 계획과 프로그램, 사례들은 우리의 경험으로 제시해 줄 수 있기 때문에 그걸 각 지역에 가져가서 사용했으면 좋겠다는 욕심이 있다. 

또한 경계성 아이들에게 허용되는 일자리가 많아져야 한다. 일본의 경우 자립시설이 많아서 자기에게 맞는 일을 선택할 수 있는 폭이 넓다. 우리는 아직 초기단계다. 지금까지는 밀어붙여서 2년 동안 아이들이 한 번도 안 빠지고 계속 이어오고 있다. 아직 여주에는 이런 아이들이 일할 공간이 없다. 일반 직장에서 배려 받으며 일하는 게 아니라 이 아이들의 능력 정도로 할 수 있는 일들을 줘야한다. 그런 일자리를 많이 고민한다. 각각의 아이들이 잘 하는 영역을 청년기업으로 만들어볼까 하는 생각도 있다. 내 머릿속 그림에는 아이들이 자기 적성과 능력에 맞게 일을 찾아서 할 수 있는 다양한 일자리를 만드는 것도 포함되어 있다.


‘세종인문도시 명품여주’, 어떻게 생각하나

다니면서 ‘명품’의 뜻이 뭔지 모르겠다는 말을 많이 들었다. 시가 명품이 되어야 하는게 아니라 시민의 삶이 명품이 되어야 한다. 여주시민의 삶의 질이 높아지도록 시가 더 많이 노력해야 한다. 보여지는 것에는 힘을 많이 쏟는데 시민의 일상에 대한 문제는 이전의 방식대로 하는 경우가 많다. 공청회를 하는 등 시민 의견을 수렴해도 결국 애초에 계획한대로 밀어붙이는 경우가 많다. 삶의 질이 좀 더 나아지고 여주 안에서 풍요롭다는 생각이 들도록 경제적 안정에 신경을 많이 써야 한다. 무엇을 구현하기 위해 ‘명품’을 붙였나, 명품의 표
징이 뭘까. 명품의 의미를 다시 정의했으면 좋겠다.


많이 바빠 보인다. 일하는 여성으로서 힘든 점은 없나.

내가 하는 일을 좋아하고 의미도 있다고 생각한다. 가치 있는 삶에 의미를 많이 두는 편인데 일이 아니라 삶의 과정이라고 생각하면 감사한 것이 많다. 여성이기 때문에 못하는 일은 없다. 힘든 것도 많고 좌절한 적도 있었지만 나는 나를 믿는다. 
남의 평가보다 자신의 평가를 중요하게 여기고 늘 나 자신에게 수고했다고 말한다.
못하는 건 못한다고 솔직히 얘기하고 할 수 있는 건 최선을 다해보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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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7/11/23 [11:48]  최종편집: ⓒ 세종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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