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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체장은 발에 흙을 많이 묻혀야 한다”
[인터뷰] 북내면 석우리 원종해 씨
 
세종신문   기사입력  2017/12/07 [13:53]
‘세종인문도시 명품여주’가 평범한 시민들 속에 어떻게 녹아들고 있는가를 알아보기 위해 북내면 석우리에서 양계업을 하며 북내 색소폰 동우회를 운영하고 있는 원종해(62) 씨를 만나보았다.

▲ 북내면 석우리 원종해 씨     © 세종신문


북내 석우리가 고향인가

한국전쟁이 끝난 직후인 1955년 2월에 석우리에서 태어나 주암초등학교, 여주중학교, 여주농고를 졸업한 여주사람이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군대를 갔다 와서는 꿈 많은 청춘이라 여주를 떠나 서울생활을 시작하며 직장을 다녔는데 고생을 많이 했다. 이 일 저 일 안 해 본 일이 없을 정도로 다 해봤다.

스물여섯에 결혼을 하고 30대 중반에 고향 여주로 돌아왔다. 덧 없는 객지생활에 그래도 큰 성과는 애들 엄마를 만난 것이다. 내가 장손이라 부모님들이 연세가 드셔서 여주로 돌아와서는 시할머니까지 모셨으니 애들 엄마가 고생을 많이 했다.


여주를 어떤 곳이라고 생각하나

여주하면 뭐니 뭐니 해도 쌀이다. 옛말이지만 우리가 어렸을 때는 쌀밥 먹는 게 소원이었다. 그것도 여주쌀밥 하면 대한민국 최고의 밥이었다. 그런데 그 여주쌀이 이천쌀에 밀리고 이제는 전라도 쌀에도 밀리고 있다.

여주쌀밥이 옛날만 못한 것은 이끼바리 품종인 추청벼만 수매를 하기 때문이다. 예전에는 추청벼가 밥맛이 좋았지만 지금은 더 좋은 품종이 많이 있다. ‘진상’, ‘골든 퀸’과 같은 좋은 품종이 많이 있는데 여주는 추청벼만 고집하고 있다. 오곡나루 축제 때 여주에서 생산되는 다양한 품종의 쌀로 밥을 지어 축제에 오는 사람들에게 품평회를 하고 또 전문가들의 의견도 들어 더 좋은 품종을 선택하면 여주쌀의 명성을 되찾을 수 있을 것이다.

시대가 변할수록 사람의 입맛도 변하기 때문에 더 많이 연구하고, 다양한 품종을 찾아 내지 못하면 여주 쌀의 명성을 지킬 수 없다. 여주는 쌀의 명성을 찾아야 한다.


여주군수 표창을 받는 등 여주와 북내의 발전을 위해 많은 일을 해 왔는데 어떤 활동들을 하였나

특별히 활동을 많이 해서 표창을 받았다기 보다는 지역에 오래 살았고 또 지역을 위해 일을 많이 해 달라는 뜻에서 이런 저런 표창을 받은 것이 아닌가 한다.

석우리 이장도 하고 북내면 이장협의회장도 하였다. 가만히 앉아서 내 것만 챙기는 그런 성격이 아니라서 동네일이면 동네일, 북내면 일이면 북내면 일, 여주일이면 또 여주일 뭐든지 다 한다. 마을 하천을 정비하고, 계획에도 없다는 고속도로 나들목도 만들게 하고, 양계협회일도 함께 보고, 마을 주민들과 색소폰동우회도 만들고 그러며 지내고 있다.

사람은 절대로 혼자 살지 못한다. 이웃사람들과 더불어 서로 이해하고 협력하며 살아야 한다. 그래야 사는 재미도 있고 보람도 있고 그런 것이다.


색소폰 동우회 활동에 대해 좀 더 들려 달라

오래 전에 동해안 묵호로 놀러 간 일이 있는데 그 묵호항 뒤 언덕에서 동네사람들 여럿이 모여서 색소폰 연주를 하고 있었다. 그 모습이 너무 부럽고 보기 좋았다. 그때부터 나도 언젠가는 꼭 우리 동네에서 색소폰 동우회를 만들어 같이 연주를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었다.

그래서 올해 3월에 북내면에서 색소폰을 불고 싶은 사람들을 모아 색소폰 동우회를 만들었다. 지금은 당우행복센터(북내면 주민자치센터)에서 매일 저녁 연습을 하고 여름이면 실외 공연도 한다.

내가 어려서부터 예능은 누구에게도 지지 않았다. 하모니카도 곧잘 불었다. 이제는 동네 친구들과 색소폰을 불면서 우리의 멋을 키우고 있다.


양계장을 하고 있다. 최근 AI·살충제 계란 파동 등 양계농장에 어려움이 많은데 피해는 없나

피해가 없지는 않지만 그래도 우리는 적은 편이다. 약 7만수 정도의 육계를 하는데 전량 목우촌에서 가져간다.

작년 겨울과 올해 초 AI가 그렇게 심할 때에도 우리 양계장에는 AI가 오지 않았다. AI라는 것은 조류독감인데 철새들에게서 바이러스다 감염되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철새들이 사방으로 날아다니는데 이들이 날아가다 똥이라도 싸버리면 막을 길이 없다.

나는 내 나름의 철저한 방역을 통해 방제에 신경을 쓰고 있다. 양계장 축사 안으로 외부 바이러스가 절대 못 들어가게 한다. 양계장 동별로 신발을 따로 신고 양계장 동 안으로 들어갈 때 신발을 갈아 신고 소독조에 신발을 2중으로 소독하고 들어가고 나올 때도 2중으로 소독을 하고 나온다. 양계장 밖의 흙먼지 하나도 양계장 안으로 들어가지 못하게 하면 된다. 다른 양계장에서는 어떻게 하는지 모르지만 나처럼 하면 기본 방제대책을 세울 수 있다.

그리고 정책적으로는 철새 도래지 인근의 양계장에서는 일정 기간 병아리를 넣지 말고 그 손실을 국가가 보상해 주는 방식으로 하면 그것이 훨씬 더 경제적인 대책이 될 수 있다. AI는 당국에서 조금만 더 생각하면 충분히 방제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양계업은 어떻게 시작하게 되었나

젊어서부터 정미소도 하고 택시도 하고 벼농사도 4만평 정도 지었었다. 우리 어머니가 10년 전부터 노인요양병원에 계시는데 사실 벼농사만 지어가지고는 매달 내는 어머니 병원비도 대기 힘들었다.

농사는 봄에 씨를 뿌려 가을에 수매를 하고 나서 돈을 받는데 양계는 2개월에 한 번씩 돈이 들어온다. 어느 날 지인의 소개로 양계업을 시작하게 되었는데 벼농사 4만평 짓는 것 보다는 훨씬 여유가 있다. 그리고 요즘은 양계장이 전부 자동화되어 있고 시설도 현대적으로 잘 되어 있어 노인들이 혼자서도 할 수 있고 또 냄새도 전혀 없다. 마음만 먹으면 80세가 넘어서 까지 활 수 있는 일이 양계업이기도 하다.

처음 시작할 때 행정의 허가문제와 마을 주민들의 반대가 있어 여간 복잡하지 않았지만 그래도 하나 둘 해결해 나가며 차츰 자리를 잡고 있다.


진짜배기 단체장이 되려면 사람들의 생활 속에 함께해야
규제완화와 큰 일자리도 중요하지만 무너진 공동체 문화 회복이 더 중요


세종인문도시 명품여주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내가 원경희 시장을 만나면 가끔 이야기 해 주는 말이 있다. 행정가, 특히 지자체의 수장은 시민들의 의견을 잘 들어야 한다.

여주 사람들 중에는 “원시장이 세종대왕에 미쳤다”는 말을 하는 사람도 있다. 그런데 난 세종대왕이 하신 일이나 말씀이 어느 것 하나도 틀린 것이 없다고 생각한다. 아직 우리 여주는 세종대왕이 말씀하신 것을 따라 가기에는 멀었다고 생각한다. 원경희 시장이 세종대왕을 닮아가고 싶어 하는 것은 잘하는 것이지만 단체장이 진짜배기 단체장이 되려면 사람들의 생활 속에 함께해야 한다. ‘백문이 불여일견’이라고 책상에 앉아서 이야기만 들어서는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다.

예전에 이기수 군수는 모내기 할 때 바지를 둥둥 걷고 들어와 농민들의 등을 두드려 주며 격려를 해 주었다. 나는 그 후로 들에 나와 흙을 밟고 농민들과 툭 터놓고 이야기하는 단체장을 만나보지 못했다. 여주가 ‘세종인문도시’로 가려면 단체장이 발에 흙을 많이 묻혀야 한다.


여주가 발전하기 위해서 필요한 것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젊은 사람들이 사람들과 어울리고 이웃과 더불어 사는 것을 알게 될 때 여주가 발전할 수 있다.

우리 세대가 결혼하고 아이를 낳을 때쯤에는 ‘산아제한’이 있었다. ‘아들 딸 구별 말고 둘만 낳아 잘 키우자’라고 하다가 ‘둘도 많다. 하나만 낳자’고 하였다. 그런데 이 산아제한 이후부터 우리 사회가 망가지기 시작했다. 아이를 하나 또는 둘만 낳아 키우다 보니 너무 과잉보호하게 되었고 결국 그 아이들이 자라 어른이 되어서 이웃과 사회보다는 자기밖에 모르는 사람이 되었다. 남을 배려하지 못하고 자기만 생각하다 보니 사회가 점점 각박해지는 것이다.

여주가 더 발전하기 위해서는 여주에 사는 사람들이 자기보다는 이웃과 마을을 먼저 배려하는 넉넉함이 생겨야 한다. 행정공무원들도 내 일이 많아진다고 귀찮게 여기지 말고 어떻게 하면 여주 시민들을 위해 뭔가를 하나라도 더 도와줄 수 있을까 하는 그런 마음으로 일을 해야 한다.

규제를 벗고 농공단지와 같은 큰 일자리도 있어야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무너진 공동체 문화를 회복하는 것이다.


언론에 관심이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 지역에서 신문의 역할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지역사회에서 중요하지 않은 것이 없겠지만 특히 언론이 잘 해야 한다. 특종이랍시고 맨날 누구를 비판하고 질타하는 것만 하지 말고 좋은 일도 많이 알려야 한다.

그리고 자살사이트와 같이 모방이 생길 수 있는 그런 사건사고는 가급적이면 알리지 않는 것도 하나의 방법인데 요즘 언론이나 인터넷은 그런 분별이 없다.

특히 지역신문은 여주시 소식만 알릴 것이 아니라 면별로 마을별로 있는 작은 일들도 서로서로 알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러자면 적어도 면별로 동네 소식을 바로 바로 알려줄 수 있는 그런 사람이 한명씩 있어야 한다. 지역 언론이 중앙언론과 다른 것이 바로 그런 것 아니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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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7/12/07 [13:53]  최종편집: ⓒ 세종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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