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인문도시 >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로 보내기 글자 크게 글자 작게
세종의 화폐정책과 뜨거운 감자 ‘비트코인’ 이야기
 
세종신문   기사입력  2018/01/25 [11:12]
돈에 관한 불편한 진실

우리는 열심히 일을 해서 차곡차곡 돈을 모아나간다. 자신만의 희망을 만들고 있던 중 어느 순간 그 돈의 가치가 10분의 일, 100분의 일로 떨어진다면 얼마나 충격적이겠는가?

현재 우리 돈의 가치로 설명하면 1천만 원짜리 적금을 매달 40만원씩 3년간 열심히 모았는데 나중에 그 돈을 찾을 때쯤 3년 전 가치기준으로 10만 원짜리 가방 하나 사고 나면 남는 게 없는 상황이라면. 3년간 먹을 것 입을 것 줄이면서 모은 돈이 그렇게 사라진다면 얼마나 억울할까? 결코 상상속의 이야기가 아니다.

▲ 바이마르 공화국 당시 지폐를 쌓아두고 가지고 놀고 있는 아이들 모습     © 워너비48
1920년대 지금 독일의 전신인 바이마르 공화국의 사례는 이보다 심했다. 1차 대전이 끝난 독일정부는 심각한 재정문제를 겪고 있었다. 이 문제로 이웃국가와의 긴장을 조성하거나 세금을 걷어 국민의 원성을 사고 싶지 않았던 정부는 돈을 찍어내 부채를 갚아 나갔다. 이는 독일화폐정책의 대실패였다. 어린이들이 5천만 마르크 지폐를 장난감처럼 갖고 노는 진풍경이 벌어졌다. 빵 한 조각에 3.9 마르크였던 물가가 3년 뒤 17억 마르크가 됐다. 길가에 버려진 바구니에는 1조 마르크의 돈이 들어있었는데 돈, 즉 종이쪼가리는 버리고 가방만 들고 갔다는 이야기는 유명하다. 화폐의 효용과 신뢰가 붕괴되면 이런 결과가 만들어진다. 결국 이 화폐정책의 대 혼란이 근대 독일과 유럽역사를 파국으로 몰고 간 히틀러 정부를 탄생시키는 데도 일부 기여했다고 볼 수 있다.

또 한가지 사례는 1980년대 브라질의 하이퍼인플레이션이다. 3만%(3백분의 1로의 가치하락)라는 무시무시한 인플레이션과 독재정치를 경험하면서 정부발행 화폐에 대한 신뢰가 붕괴됐고 중진국으로의 도약을 꿈꾸던 자원부국 브라질은 이때를 기점으로 경제성장의 기회를 놓쳐 여전히 ‘부유한 빈국’이라는 오명을 갖게 됐다.

그 외에도 많은 나라들이 만성적인 화폐정책의 실패와 정상적인 화폐작동이 이루어지지 않으면서 부작용을 겪고 있다. 정부가 발행한 화폐(돈)를 사용하는 사람들과 발행기관인 중앙은행간의 신뢰가 무너져 버리면 이런 사태가 벌어진다.


돈에 대한 새로운 관점이 필요한 시점

그런데 지금 벌어지고 있는 암호화폐 이야기는 양상이 다르다. 정부 또는 국가가 발행한 것이 아닌 민간에서 새로운 기술의 출현과 함께 자체 생태계의 경제시스템에 접목할 화폐를 만들어 낸 것이다. 이 기술이 블록체인 기술이고 이 기술의 적용을 위한 보상시스템의 일종이 암호화폐(또는 가상화폐라고 불리지만 정확한 표현은 암호화폐 Crypto currency가 맞다)이며 이 화폐의 원조격이 비트코인이다. 그리고 지금은 다양한 목적을 위한 블록체인 관련 산업들이 태동하면서 이를 위한 화폐, 즉 코인들이 생겨나고 있다. 그러다보니 사기도, 버블도, 쓸모없음도 함께 분출되고 있는 중이다. 지금 우리가 겪고 있는 현실은, 그게 긍정이든 부정이든 초기 신경제 신기술이 가져온 혼란의 한 모습일 뿐이다.

비트코인을 화폐라고 주장하고 실제로 그러한 가능성을 보여주는 현 시점에서 우리는 아주 기본적인 명제 하나를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지금 우리 지갑에는 무엇이 들어있는가? 대부분 카드 몇 장과 약간의 현금이 있을 것이다. 천 원짜리든 만 원짜리든 한번 들여다보자. 그걸 보면서 스스로에게 물어보자. 도대체 이것의 가치는 무엇인가? 만 원짜리 돈은 가로 약 15cm, 세로 약 7cm의 종이에 인쇄된 하나의 도안일 뿐이다. 불쏘시개에도 불편하고 화장실에서도 쓸 수 없다. 그런데 이것이 중요한 이유는 무엇일까. 화폐경제를 연구하는 사람들은 이것을 계약서라고 한다. 사회적인 계약서, 이것의 가치를 1만원으로 정하고 이것을 정부에서 보증하며 이것으로 1만 원짜리 가치의 상품을 살 수 있다. 일을 하면 쌀 대신 이것을 받을 수 있고 이것을 위조하거나 집에서 만들어서 쓰면 큰 처벌을 받는다. 외국에서는 쓸 수 없다. 즉 지폐든 동전이든 돈이란 우리끼리의 계약서다. ‘이것을 소중하게 관리하고 이것을 부의 도구로 활용하자’ 대략 이런 내용의 계약서다. 이 계약의 유효성은 신뢰를 기반으로 검증된다.


세종대왕의 실패, 화폐정책

600년 전 이 땅의 번영기를 이끌었던 조선왕조의 세종시대를 한번 들여다보자. 해동의 요순시대로 평했던 당시, 세종대왕이 돌아가시자 사관은 ‘백성들이 생업에 종사하기를 즐겨한지 무릇 30여년’이라는 말로 당대를 요약했다. 어느 시대에나 정직한 정치지도자는 생업에 종사하기를 즐겨하는 나라의 구성원들을 꿈꾸지 않겠는가. 몇몇 기득권자의 아름다운 이야기가 아닌 백성들의 삶의 질이 그만큼 살만 했다는 이야기다.

그런 세종이 야심차게 추진한 정책 중 하나가 화폐정책인데 결과적으로는 성공하지 못했다. 화폐정책은 경제정책의 중심에 있는데 실록에 나온 돈 이야기를 좀 추려본다. 여기서 ‘저화(楮貨)’란 당시에 국가에서 발행한 ‘종이돈’이다.

어린아이 잃은 부모도 또한 제생원에 가서 찾도록 하고, 관에서는 그 부모로부터 저화 30장을 받아들여 어린아이를 얻은 자에게 주도록 하고(즉위년)-고아를 찾아주면 돈으로 보상받았다.

나라에 바치는 저화는 외방에는 없는 것으로 모두 서울에 와서 장사치와 교역(交易)하던 것이오니(즉위년)-서울에서만 유통되었다.

저화를 쓰도록 하면서 면포를 금하지 않으면 전혀 저화는 쓰지 않을 것이며(세종1년)-면포를 화폐처럼 사용하는 것이 일반적이었고 여전히 실물교환을 하고 있었다.

임금이 묻기를, "세금납부에 있어 저화가 편의한가." 하니, 허지가 아뢰기를, "저화 값이 몹시 천하니, 다시 한 번 설유하여 주시옵소서." 하였다(세종1년)-돈의 가치가 하락했다. 정부재정문제로도 번져나간다.

요사이 민간에서 떠들썩하게 전하기를, 국가에서 장차 저화를 쓰지 않을 것이라 하여, 저화 한 장 값이 쌀 서 되에 지나지 아니하니, 이것도 염려되지 않을 수 없는 일인즉, 금은의 예에 의거하여 쌀로 사들이게 하시기 바랍니다.(세종1년)-유언비어가 돌아 돈가치가 하락했다.

나라에서 쓰는 모든 물건은 다 저화로써 사고 팔게 하고, 부득이한 경우에는 모름지기 베(布)와 쌀을 쓸 것(세종2년)-나라살림을 위한 화폐는 저화로 하자는 정책이다.

장사치들이 저화를 사용하는 것을 힘쓰지 아니한다 하여, 내가 염려하는 것이니, 그것이 널리 잘 행해지게 할 방법을 의정부와 육조에서 의논하여 아뢰도록 하라(세종2년)-여전히 화폐의 이용도가 떨어지고 있다.

저화를 사용하지 아니하고 다른 잡화를 가지고 매매하는 자를 잡아서 보고하면, 그를 상주기로 한 법을 이미 제정하였는데, 이를 실시하고 있는지 그 여부를 형조에 물어서 보고하라(세종3년)-강력한 법률적 제제 조치를 강구한다.

서울 안에 쌀이 귀하여, 백성들이 살아 나갈 수가 없으니, 창고에 있는 묵은 쌀을 방매하되, 저화 한 장에 쌀 한 되씩 하라(세종4년)-저화의 가치가 3년뒤에는 쌀 한말이 된다. 심각한 디플레이션을 겪는다.

장사치들이 모두, 저화는 쓰지 아니하고 쌀과 베로서 매매하게 되니 물건 값이 치솟고, 저화는 매우 천하게 되었다. 정현 등이 경시서에 앉아 영을 내리기를, “저화를 사용하지 않고 감히 다른 물건으로 매매하는 자는 중한 죄로 처단하겠다.” 고 하고(세종4년)-역시 민간의 화폐유통을 강제하는 다양한 처벌조항을 실행한다.

저화는 본래 백성들이 즐겨 쓰는 물건이 아니었는데, 이제 동전을 겸용하라는 명령으로 인하여 저화는 더욱 더 유통되지 아니하오니, 마땅히 빨리 동전을 반포하여 백성의 마음을 안정하게 하소서(세종6년)-종이돈에 대한 신뢰가 하락하고 동전을 더 선호하다.

저화 1장에 쌀 1말을 기준으로 하며(세종8년)-3년 전에 저화 한장에 쌀 1되였다.

저화를 사용하지 아니한 까닭으로 죄를 받았던 사람들의 관에 몰수됐던 재물을 모두 도로 내어 주었다.(세종9년)-저화정책에 호응하지 않은 사람들을 방면하고 재산을 다시 내주다.

일부만 발췌한 화폐정책에 관한 대화를 봐도 세종과 신하들이 논의하는 화폐정책의 어려움을 볼 수 있다. 인플레와 디플레이션도 겪고, 활용도가 떨어지는 것도 문제 거리였으며, 실물교환에 익숙한 백성들에게 종이돈을 사용하게 하려는 어르고 때리기 정책도 보인다. 결국 화폐정책은 미완의 정책으로 남게 된다.




그렇다면 비트코인이란 무엇인가?

비트코인은 두 가지 얼굴을 가지고 있다. 하나는 화폐로서의 비트코인이다. 재화나 서비스에 대한 대가로 지불하는 가치의 디지털 단위다. 지금은 그 가격이 전통적으로 정부가 발행하는 화폐에 비해 심하게 요동치는 현상을 목격하고 있다. 그리고 미래를 낙관하는 사람과 별거 아니라는 사람간의 차이, 정책적으로 화폐로 볼지, 상품으로 볼지, 도박을 위한 장난감으로 볼지를 결정하지 못한 정부도 있다.

그러나 이런 좁은 정의의 개념은 비트코인의 훨씬 더 중요한 가치로서의 개념인 기술로서의 비트코인을 베일에 가려버린다. 인터넷이 정보의 바다라면 블록체인은 신뢰의 바다를 만들어 나가는 기술진화의 한 갈래로 이해해야 한다. 사람들은 검증가능하고 중앙집중 관리가 필요 없는 소유권의 투명한 보관이 가능한 ‘신용이 필요없는 시스템’을 이용하면, 디지털화 된 가치와 데이터들이 보다 정확하게 교환가능하다는 믿음으로 비트코인을 거래하고 있는 것이다.

전통적 은행, 정부기관, 변호사, 혹은 현재의 중앙집권화 된 화폐경제체제의 모든 중개인을 필요 없게 만드는것, 이것이 비트코인으로 대변되는 기술의 힘이다. 거래비용이 저렴하며 중개인이 없어도 되고 은행의 혜택을 누리지 못하는 25억 명의 사람들에게 전에는 누리지 못했던 금융혜택을 누릴 수 있게 해주는 기술이다.

지금은 새로운 하이테크 세계와 오래된 옛 기술사이의 역사적 전투가 벌어지기 시작한 시기라고 할 만하다. 인터넷의 등장으로 우리가 배운 것이 있다면 기술은 우리가 쉽게 따라잡을 수 있게 기다려주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역사적으로 새로운 기술에 관심을 가지지 않았던 개인과 정부는 늘 뒤늦게 기술의 변화에 충격을 받았다.

거부할 것인가 지켜볼 것인가 참여할 것인가를 결정하는 일은 각자의 지식과 정보의 합, 그리고 신념의 문제다. 이것은 미래 사회에 대한 자신의 세계관과 밀접한 연관이 있다. 미래의 권력과 경제구조가 지금보다 더 다원화되면서 탈중앙화의 격변을 겪게 되는 세상으로 진화할 것인가 아니면 국가권력과 경제의 집중화는 여전할 것인가를 선택하는 문제다.

또 한 가지 ‘지역단위의 화폐를 발행하는 일은 어떻게 될 것인가’라는 화두를 덧붙인다. 이미 몇몇 지자체에서는 전향적인 접근을 하고 있는 중이니 말이다.

세종신문 발행인 김태균
트위터 트위터 페이스북 페이스북 카카오톡 카카오톡
기사입력: 2018/01/25 [11:12]  최종편집: ⓒ 세종신문
 
닉네임 패스워드 도배방지 숫자 입력
내용
기사 내용과 관련이 없는 글, 욕설을 사용하는 등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글은 관리자에 의해 예고 없이 임의 삭제될 수 있으므로 주의하시기 바랍니다.
 

가을이 익어가는 들녘
가장 많이 읽은 기사
18일 여주지역 택시 운행 중단… 카카오 카풀 사업에 택시업계 반발 / 세종신문
백종덕 변호사 여주에 사무실 개소 / 세종신문
남한강로타리클럽, 사무실 이전 현판식 진행 / 세종신문
원경희 전 시장, GK1 재단 설립… “세종과 한글 세계에 알리겠다” / 세종신문
‘농민기본소득제’, 여주지역 첫 공론화 장 열려 / 세종신문
여주시, 쌀생산농업인 소득지원금 지원 / 세종신문
가정리 대책위-제7군단, ‘전차훈련 주둔지’ 협상 시작 / 세종신문
[신철희 정치칼럼] 보수와 진보, 또는 좌파와 우파란 무엇인가? / 세종신문
강변칠우 사건의 발원지 ‘양화나루’ / 세종신문
북카페 세렌디피티78에서 재즈의 향연을… 여주대 실용음악과 교수들 공연 / 세종신문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