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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인 칼럼] 세종의 화재대책을 돌아본다
 
세종신문   기사입력  2018/02/01 [12:04]
어느 시대를 막론하고 이러저러한 재앙이나 참사들이 있었다. 인재도 천재도 섞여서 우리 주변에서 일어난다. 근자에 전국민에게 가장 큰 아픔을 준 세월호 참사의 아픔은 아직도 치유되지 않고 우리의 마음을 짓누르고 있다.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고 나서도 서해 낚싯배 사고, 제천 화재에 이어 밀양의 세종병원 화재까지 다수의 목숨을 앗아가는 사고가 이어지고 있다. 긴 역사적 관점에서 보면 사건사고가 없었던 적은 없지만 그 현장에서 직접 보고 듣고 하는 당사자와 동시대를 사는 사람들에게는 과거의 사고와는 다르게 크게 와닿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사고가 생길 때마다 어쩔수 없다는 천재와 사람 탓이 크다는 인재로 나눈다. 책임을 묻고 재발방지책을 세우고 관련자들은 긴장하면서 사건처리를 하다보면 또 잊는다. 그러다가 얘기치 못한 사고가 발생하면 똑같은 처리과정을 되밟는다. 어떻게 하면 재난, 특히 인재를 줄이고 그 사후처리에 대한 효과적인 방법들을 축적해 나갈까.


재난은 어느 시대에나 있었지만…

세종실록에는 수많은 사건사고들이 많이 실려있지만 재해와 사고에 대한 이야기도 많다. 이러한 사고들을 대하는 당시의 사람들은 어떠했는지 오늘의 우리와는 어떻게 다른지 한 번 돌아볼 만하다. 

우선 세종 즉위 몇 일 후에 한 태종의 이야기, ‘나의 재위 19년 동안 홍수나 가뭄의 재앙이 없는 해가 없었다(세종실록 00/08/15)’는 말은 임금의 자리에 있으면서 겪게 된 수많은 천재와 인재들에 대한 회고가 담겨 있다. 얼마 전 임금이 된 세종에게 당부하는 말이기도 하다. 또한 세종도 ‘20여 년의 재위기간 한 해도 풍년이 없었다’고 한탄하는 말 속에도 백성들이 먹고 살기 곤궁한 시대를 맡아 너무 가혹하다는 푸념이 들어있다. 

하지만 천재는 인간이 어찌할 수 없다. 사람이 해야 할 일을 다할 뿐이라는 말로 우리, 즉 위정자들의 정성과 최선을 다하기를 당부한다. ‘하늘이 내리는 재앙이 비록 이와 같더라도 사람이 해야 할 일을 다하지 않을 수 없다’라며 관료들의 재난극복에 대한 정성어린 대처를 당부한다. 


사람이 할 일은 다해야 한다

세종시대의 대표적인 재앙이라고 한다면 천재는 재위 5년차의 ‘강원도 대기근’이고 인재로 구분한다면 3년 뒤인 세종8년 ‘도성 대화재사건’을 꼽을 수 있다. 기후조건이 크게 영향을 미치는 기근문제에 대한 대처를 위한 지시내용이다. ‘하늘의 재앙과 땅의 이변의 있고 없는것은 인력으로 할수 없는 것이지마는 배포조치를 잘하고 못하는 것은 사람의 힘으로 다할 수 있는 것이다’ 우리가 할 일은 우리가 최선을 다하자는 취지이다. 그리고 이 사건을 기점으로 매뉴얼 경영의 필요성을 현실로 접목해 나간다. 그 결과물 중에 하나가 농사 매뉴얼인 농사직설이다.
 
대표적인 인재사건인 도성 대화재 사건을 보자. 이 사건은 조정이 강행한 화폐정책에 불만을 품은 사람들이 일으킨 사건이었지만 이 사건을 대처하면서 도성의 지붕과 도로가 정비되는 등 많은 부분 개선을 이루게 됐다.

강원도 대기근을 근근이 극복한 이후 발생한 이 화재사건은 세종이 도성을 비운 사이에 발생한다. 당시 세종은 강원도에서 군사훈련 중이었다. 도성에는 왕비와 몇몇 대신들만 남아있었는데 얼마나 상황이 긴박했는지 ‘돈과 식량이 들어있는 창고는 구제할 수 없게 되더라도 종묘와 창덕궁은 힘을 다하야 구하라’는 지시를 내릴 수밖에 없었다. 

외방의 벌판에서 화재소식을 들은 세종은 깜짝 놀랐다. 2월 15일에 한성부 남쪽에서 불이나서 경시서(시전과 물가관리 담당기관)와 북쪽 행랑 106칸과 중부의 인가 1,630호, 남부의 350호, 동부의 190호가 불에 탔다. 인명피해만 32명이나 된다는 보고를 받은 세종은 ‘이번 길은 정말 오고 싶지 않았다’며 ‘깊이 후회된다’는 말을 했다. 너무 늦은 시간이라 바로 환궁하지 못하고 다음날로 미룬 사이 또다시 화재가 발생해서 감옥(전옥서)과 행랑 8칸이 불타고 불길이 종루에까지 미쳤다. 건조한 날씨에 바람까지 세차게 불어 서울의 중심부를 잿더미로 만들었다. 종묘와 창덕궁을 보전한 것만도 천만다행이었다. 


불만을 품은 백성들의 집단적 반발로 일어난 대화재

화재의 배경을 조사하던 세종은 더욱 당혹감에 휩싸였다. 화재를 당한 집의 절반에 도둑이 들었고 불이 번지지 않은 집들도 대부분 도둑을 맞았는데 좀도둑들의 소행으로 보였지만 근본원인은 화폐정책에 반대한 백성들의 반발이란 결론을 얻었다. ‘돈은 추울 때 입을 수 없고 배고플 때 먹을 수도 없다’며 심지어 집 앞 나무에 목매 자살하는 사람까지 나올 정도였다. 화폐정책의 혼선과 강행에 따른 백성들의 불만이 이러한 대참사를 만든 것이다. ‘무리를 이루어 숯으로 불을 질렀다’는 방화범들의 진술은 ‘어진정치’를 천명한 세종에게 큰 충격이었다. 
 
‘한양에 도읍을 정한지 33년만의 가장 큰 재난’을 세종은 어떻게 극복했을까? 결론은 화재방지 매뉴얼과 제도적 장치를 구축하는 것으로 시작했다. 

가장 먼저 ‘화재를 당한 집 수와 인구를 장년과 어린이로 나누어 힘써 구제하여 굶주리고 곤란을 당하는 사람이 없게 하라’는 지시로 긴급한 문제를 대처한다. 화상을 당한 자는 의사로 치료하게 하고 사망한 자에 대해서는 쌀과 종이 등을 주어 장사를 지내도록 했다. 3일만에 도성에 돌아온 세종은 ‘모두 좋은 대책을 내놓으라’며 사태 수습에 나선다.


재난은 시스템 경영을 완성하기 위한 시험대

첫번째가 화재 방지를 위한 대비책들을 논의하고 거의 대부분 받아 들였다. 
‘서울의 행랑에 방화벽을 쌓고 일정한 간격에 우물을 파며 종묘와 대궐 안과 종루에 불끄는 기계를 설치하자’는 의견 등 수십가지가 시행된다. 동시에 불을 끄기 위해 지붕에 올라가야 할 경우를 위해 ‘근정전이 높아서 화재가 난다면 급히 오르기 어려우니 쇠고리를 이어붙여 처마밑에 늘여 놓았다가 화재시에 이를 잡고 오르게 하면 어떻겠는가’라고 해서 경복궁 근정전과 다른 궁전에도 쇠고리를 내렸다. 
 
두번째로 전담기관인 금화도감(지금의 소방청)을 설치했다.
‘화재를 전담하는 기관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받아들여 상설기관으로 만들었다. 18명의 관리로 조직된 금화도감은 이후 화재방지를 위한 여러가지 아이디어를 냈는데 그 중 하나가 ‘불지르는 사람을 잡아서 고발하면 양민은 계급을 초월하여 관직으로 상을 주고 천민은 양민으로 옮겨주며 모두 면포 2백필을 줄 것’이라는 파격적인 정책을 내놓는다. 실제로 이 정책은 몇몇 방화범들을 잡게 했고 고발한 자는 상을 받고 신분이 상승되기도 했다.
 
셋째는 도성의 도로정비와 집구조의 정비였다.
화재진압에 용이하고 불이 번지는것을 최대한 막기 위해 ‘성내의 도로를 넓게 사방으로 통하게 만들고’ ‘도로의 폭을 큰 수레들이 다닐 수 있도록 확장하라’는 지시를 내린다. 국제적인 규모로 도로를 키운 것이다. 그리고 불이 잘 옮겨붙는 초가집을 기와집으로 바꾸는 사업을 병행했다. 지금의 우리로 치면 소방차 진입이 원활하게 하고 건축자재를 불연재로 바꾸는 일과 같다. 이러한 사업은 관리감독이 중요한데 이 관청의 실무자를 장기간 투입하여 그 효과를 담보해 나갔다.
 
위기는 또 하나의 기회란 말처럼 도성의 대화재를 통해 화재전담기구인 소방청(금화도감)이란 제도적 장치를 만들었으며 도로와 집의 구조를 대폭 바꿨다. 그야말로 시스템 개혁을 이룬것이다. 이러한 조치의 결과로 기와집 즐비한 수도 한양의 모습으로 변모할 수 있었다.

지금 우리에게 일어나는 화재소식과 그 사후처리에 대한 이야기들은 세종의 시스템 경영이라는 대책에 비추어 얼마나 효과적인지 한 번 가늠해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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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8/02/01 [12:04]  최종편집: ⓒ 세종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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