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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업인 월급제’, 현대판 환곡제(還穀制)가 되어서는 안 된다
 
세종신문   기사입력  2018/02/08 [12:36]
여주시가 3월말까지 각 지역 농협에서 농업인의 소득 안정을 위해 실시하는 ‘농업인 월급제’ 신청을 받는다.

농업인 월급제는 수확기 전 수입이 없는 벼 재배 농업인에게 농협 수매대금의 50%를 영농준비와 생활비로 매월 최소 30만원에서 최대 200만원까지 선 지급하고 여주시가 이자를 보전해 주는 사업이다. 

농업인 월급제는 농림축산식품부의 ‘농어업인의 삶의 질 향상 및 농어촌 지역 개발촉진에 관한 특별법’에 ‘농산물대금 선지급제’로 포함돼 법률적·제도적 근거를 갖추고 전국적으로 시행이 확산되고 있다. 지원대상은 관내 미곡종합처리장(RPC) 등과 출하약정을 체결한 농가들이다. 

‘농업인 월급제’는 농한기 농민들이 필요한 돈을 가질 수 있도록 한다는 취지에서 시작된 정책이지만 자칫 유명무실해지거나 폐단이 많은 정책으로 추락할 수 있다. 

우선 농업인 월급제 지원 대상에 해당되는 농민들은 일정 규모의 쌀농사를 짓고 있는 농민들이다. 따라서 누구보다 절실한 빈농들은 지원대상이 될 수 없다. 정작 돈이 꼭 필요한 농민들은 혜택을 보지 못하는 것이다. 물론 일정규모의 쌀농사를 짓고 있는 농민들도 일상적으로 돈이 필요하다. 그렇지만 ‘농업인 월급제’가 본연의 의미를 살릴 수 있으려면 경제적 처지가 어려운 빈농들에 대한 대책도 함께 마련되어야 한다. 국가와 광역 및 기초자치단체가 협력하여 빈농들에게 일정한 월급을 보장해주는 정책을 수립해야 한다. 

다음으로 나서는 문제는 ‘농업인 월급제’가 농민들의 현실에 부합하는가 하는 점이다. 농민들은 대부분의 농업기자재 구입과 영농자금에 대한 대출을 월 단위가 아닌 년 단위로 계약하고 해결해 나가고 있다. 그런데 정부나 자치단체가 재원을 추가로 지원해 주는 것도 아니고 농민들이 가을 추수 후 수매가액에서 소급결재 하는 것인 것인데 매달 필요한 돈을 써버리고 막상 외상과 대출을 갚아야 할 때 돈이 없어 이자부담이 더 늘어나는 경우가 생길 수 있다. 지난해 여주시의 ‘농업인 월급제’ 신청이 저조했는데, 그 이유가 홍보의 부족일수도 있지만 제도 자체가 농민들의 현실에 맞지 않아서일 수도 있다는 점을 면밀히 검토해 봐야 한다. 
 
 
‘농업인 월급제’의 재원은
농민들이 생산하고 수매해서 받게 되는 쌀값.
제대로 된 쌀값 보장이야말로 근본적 대책 
 
 
좋은 뜻으로 시작한 ‘농업인 월급제’가 현대판 환곡제(還穀制)가 되어서는 안 된다. 월급은 재화를 생산하는 노동력의 가치를 시장의 가격으로 결정하여 매월 지급하는 것이다. 농업인 월급이라 하면 농업인의 노동 가치를 시장가격으로 결정하여 지급하는 것이 옳다. 그런데 ‘농업인 월급제’는 월급이라는 말을 쓰고 있지만 사실은 담보대출의 성격을 가지고 있다. 농민들이 가을에 추수한 쌀 수매량을 담보로 선 지급하는 의미이기 때문에 본질에 있어서는 조선시대 환곡제(還穀制)에서 나온 장리쌀과 다를 것이 없다. 

고구려시대부터 시작하여 조선시대 확립된 환곡(還穀)제도는 흉년기나 춘궁기에 곡식을 빈민에게 대여하고 추수기에 이를 환수하던 진휼제도(賑恤制度)였다. 하지만 조선시대 환곡제도는 백성의 의사와 필요에 상관없이 관청이 일방적으로 결정 시행하여 백성들의 원망을 사게 되었다. 조선 중기 삼정(三政)의 문란 중에 이 환곡제도의 폐단이 가장 컸다. 이런 잘못된 환곡제도로 전국 곳곳에서 민란이 일어났다는 것을 우리는 역사공부를 통해 알고 있다. 

‘농업인 월급제’가 농민들의 실질적인 도움이 되지 않고 행정당국의 생색내기 정책으로 되거나 금융기관의 이자 수익만 높여주는 것으로 되어서는 안 된다. 농업인 월급제가 농민들의 요구와 필요에 부합하기 위해서는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한데 그 하나가 바로 제대로 된 쌀값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왜냐하면 ‘농업인 월급제’의 재원이 농민이 생산하고 수매해서 받게 되는 쌀값이기 때문이다. 한걸음 더 나아가 식량의 자급은 국가의 존립과 직결되는 것만큼 국가의 식량을 생산하는 농민들의 생계문제는 이해관계를 떠나 국가가 책임져야 한다. 

이러한 대원칙이 전제가 되지 않는 ‘농업인 월급제’는 결국 현대판 환곡제(還穀制)에 머물게 될 것이다. 정부와 여주시의 책임 있고 실질적인 대책이 추가적으로 마련되기를 진심으로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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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8/02/08 [12:36]  최종편집: ⓒ 세종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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