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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인재 키우는 ‘교육 공동체’를 만들자
혁신교육지구로 지정된 여주시가 주목해야 할 장기 프로젝트
 
세종신문   기사입력  2018/02/22 [13:07]
▲ 발행인 김태균
교육에 관한 이야기는 어렵다. 정치나 종교 이야기만큼이나 의견을 나누기 어려운 주제 중 하나이다. 모두가 전문가처럼 의견을 내놓기도 하고 때로는 편협한 주관도 크게 작용하는 영역이다. 아이들을 키우고 교육시키는 일에는 수많은 변수들이 작용한다. 

아이 하나를 키우기 위해서는 온 마을이 필요하다고 한다. 때문에 공동체는 아이들에게 중요한 교육자원이다. 여주시가 혁신교육지구로 지정된 것은 의미 있는 일이다. 바로 이 공동체가 어떻게 교육적 자원으로 아이들에게 꿈을 주고 바르게 성장시킬 지를 모색하는 기회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제도 내에서의 혁신 : 교육의 딜레마

‘우리 학교는 학생들의 개인적 욕구를 채워주고 싶지만 정부가 그렇게 하도록 내버려 두질 않아요’. 한 학교장의 이야기다. 교육부가 제시하는 프로그램은 국·영·수를 중심으로 한 표준화 커리큘럼과 대학입시를 위한 시험을 중시하면서 개별학교의 유연성, 즉 자율적인 교육열망을 크게 제한하고 있다. 다양한 가능성을 적용하려고 해도 제도가 가로막고 있다는 이야기다. 그렇다면 제도 내에서 변화를 만들어 내는 것은 불가능한가?
변화의 기회는 모든 학교의 내부에 존재한다. 부담스러운 시험을 심하게 강조하는 학교도 마찬가지다. 어떤 학교든 거기 속한 사람들이 매일 하는 습관과 제도가 있다. 때로는 명령에 의해서가 아니라 자발적으로 행해지기도 있다. 

나이별로 수업을 하고, 모든 수업시간을 똑같은 길이로 짜고, 종을 울려 수업시간의 시작과 끝을 알리고, 교사를 모든 학생이 똑같은 방향에서 바라보게 배치한다. 수학시간에는 수학만, 역사시간에는 역사만 가르치는 방식이다. 하지만 불리한 조건이나 제약 속에서도 혁신을 이룬 사례는 아주 많다. 혁신은 가능하다. 교육은 본질상 혁신이 가능한 제도이기 때문이다. 

 
혁신을 위한 세 가지 전제

어떤 상황을 혁신하려면 세 가지를 이해해야 한다. 현재의 방법에 대한 세심한 평가와 비평, 바람직한 모습에 대한 비전, 정해진 방향으로 이동할 방법에 대한 실행 가능한 변화계획이 그것이다. 

여주시라는 지역사회에서 아이들을 민주시민으로 교육시킨다는 목표를 위해 세심한 평가를 한다면 무엇을 들여다보아야 할까? 학부모들의 생각, 선생님들의 의견과 학교의 제도, 그리고 지역공동체가 교육환경에 미치는 영향은 무엇인지 들어보면 될까? 과연 진솔한 의견 개진이 가능할까? ‘내 자식’이라는 애정과 이기심에 기반한 학부모의 의견은 객관적일 수 있을까? 과연 대부분이 공감하는 교육 비전을 설정하는 일은 가능할까? 그 비전은 어떻게 공유할 수 있을까?  

수많은 이해관계가 함께 충돌하는 교육의 혁신은 쉽지 않다. 이러한 변화를 위한 도전 사례 중 미국과 핀란드의 국가적 개혁운동을 간략히 알아보자. 세 가지 측면에서 근본적으로 다르며 결과에서도 큰 차이를 보여준 사례다. 


미국의 교육개혁 : 전쟁을 해서라도 막아야 할 교육제도

1983년 미국 교육부가 발표한 보고서가 대중적 논쟁을 점화시켰다. 교육자·정치인·사업가 등 저명인사로 구성된 위원단이 ‘위기의 국가’라는 제목으로 작성한 이 보고서는 미국 공교육의 표준성적이 참담하도록 낮으며 지속적으로 하향 추세라고 경고했다.

‘우리 학교와 대학들은 역사적으로 자부심을 갖기에 충분한 성취를 일구며 미국과 국민의 행복에 기여해 왔으나 현재는 평범함의 물결이 높이 일면서 우리 사회의 교육적 토대가 침식돼 가고 있다. 그 정도가 국가와 국민의 미래마저 위협하고 있는 지경에 이르렀다. 교육적 성취도에서 다른 국가들에 따라잡혀 추월당하고 있는 상황이다’. 여기에 덧붙여 경고한다. ‘비우호적인 외국의 열강이 미국에 현재와 같은 교육제도를 심어주려 했다면 그것은 전쟁행위로 간주하고 싸워야 한다. 그런데 그 일을 우리가 자초했다’.

대중의 반응은 뜨거웠다. 그리고 레이건 대통령은 이런 견해를 밝혔다. ‘미국은 교육에 대한 존중을 기반으로 세워졌다. 국가의 역사를 상징하는 교육에 대한 갈망을 부활시켜야 한다. 대중적 해동도 함께 이어지길 기대한다. 이 보고서의 내용은 현재 우리가 직면한 도전이다.’ 미국은 그 후 학업 표준성적을 끌어올리기 위한 정책에 수억 달러를 썼다. 


의도는 좋았지만 결과는 여전한 미국의 30년 정책

이후 클린턴 대통령은 다시 교육문제에 대한 쟁점을 꺼내 ‘목표 2000’이라는 개혁전략을 발표했다. 핵심은 학교에서 어떤 과목을 어떤 연령대에서 어떤 내용으로 가르쳐야 하는가를 일치시키는 국가정책을 시행하겠다는 얘기였다. 동시에 각 학교가 자율적으로 선택할 수 있는 유연한 프로그램도 제시했다. 대단한 포부를 갖고 시작한 정책이었지만 상당수의 연방정부가 이래라 저래라 명령하지 말라며 저항하는 바람에 제대로 빛을 발하지 못했다. 

조지부시 대통령은 낙오아동 방지법을 통과시켰고 돈·시간·노력을 막대하게 쏟아 부으면서 전국 규모의 시험과 표준화 문화를 만들었다. 오바마 행정부도 그대로 따라했다. 하지만 결과는 낙제였다. 졸업을 하지 못하는 학생들은 여전히 많고 읽기와 쓰기, 산술의 수준도 제자리였으며 모든 관련자들이 불만스러워했다. 의도는 좋았지만 결과는 참담했다. 

문제는 뿌리였다. 표준중심의 개혁운동에는 어떤 생각이 깔려 있을까? 기존의 학업 표준성적이 너무 낮으니 끌어올려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비전은 무엇인가? 표준성적을 높여서 많은 사람들이 대학 학위를 취득하게 되면 완전고용에 이를 것이라는 논리다. 표준정책을 잘 만들고 집행해서 지속적으로 하다보면 될 것이라는 게 변화방법이었다. 하지만 만족스럽기는커녕 실패했다. 대안은 무엇인가? 무엇이 잘못된 것일까?

 
너무나도 다른 핀란드 : 표준화와 시험을 최소화한 결과

PISA(Programme for International Student Assessment:국제학생평가프로그램)는 OECD의 과제 중 하나로 15세 학생들의 기술과 지식의 정책지향적 국제 지표를 제공하도록 설립되었다. 평가 영역은 읽기, 수학, 과학 세 분야이다. 우리나라도 매년 참석하며 수학분야에서는 높은 점수를 받아왔고 핀란드는 모든 영역에서 상위권을 차지해오고 있다. 핀란드의 성적이 이전부터 좋았던 것은 아니다. 40년 전만 해도 교육의 위기를 심각하게 겪고 있었다. 이후 핀란드는 표준화와 시험을 버리기로 결정했다. 완전히 다른 원칙을 개혁의 기반으로 삼았다. 


균형잡힌 커리큘럼과 폭넓은 재량권, 경쟁보다 협력

핀란드의 모든 학교는 의무적으로 예술, 과학, 수학, 언어, 인문과학, 체육 등을 포괄하는 광범위하고 균형 잡힌 커리큘럼을 따라한다. 하지만 그 방법에 관해서는 학교와 교육구에 상당한 재량을 부여한다. 학교들이 실용적 프로그램, 직업훈련 프로그램, 창의성 양성에 우선순위를 둔다. 관련 교사들을 훈련시키는 데에 많은 투자를 했고 덕분에 교직은 위상이 높은 직업으로 자리 잡았다. 학교장은 학교 운영에 폭넓은 재량권을 갖는 한편 전문적인 지원도 받는다. 학교와 교사들에게 경쟁보다는 협력을 장려하면서 자원과 아이디어, 전문지식을 서로 공유하도록 권장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지역공동체와 학부모, 가족들과 긴밀한 유대를 맺도록 장려한다. 

 
완벽하지는 않지만 성공의 모델이 된 무시험 교육

핀란드는 모든 국제적 평가에서 꾸준히 높은 표준성취도를 보이고 있지만 시험은 고등학교 말 딱 한번 말고는 표준화된 시험이 없다. 오히려 시험이 없으니까 표준성취도가 높다고 말할 수 있다. 
그렇다고 핀란드의 제도가 완벽할까? 그건 아니다. 지금도 진화하고 있다. 하지만 적어도 핀란드의 교육은 다른 나라들이 교육제도에서 겪었던 참담한 실패와 부족을 성공적으로 해결해 나가고 있다. 

지역마다 정치나 종교, 문화, 공동체의 구성 등이 서로 다르다. 핀란드가 교육을 혁신하기 위해 끌어안았던 원칙들은 어느 곳, 어느 지역에서나 대입이 가능하며 실제로 적용했을 때 많은 곳에서 그 효과가 입증됐다. 인간은 표준화시킬 수 있는 기계나 상품이 아니라 모두가 서로 다른 개인이고 우주이기 때문이다.

여주시가 교육특구지정을 계기로 교육자원이 가장 풍부하고 훌륭한 교육풍토가 자리 잡는 지역이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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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8/02/22 [13:07]  최종편집: ⓒ 세종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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