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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도예인의 눈으로 여주 돌아보기
 
세종신문   기사입력  2018/08/01 [17:29]
▲  도예가 최창석   © 세종신문




땅위의 모든 존재는 땅이 변화하여 된 것이고, 그들은 언젠가는 다시 땅 이 되는 것으로 마감한다. 만물의 근 원이기도 하고 귀결이기도 한 땅을 일구며 인간은 인문(人文)의 밭을 갈 고 씨 뿌리기 시작하면서 그 결실과 축적으로 역사와 문학을 이루고 예술 과 철학도 생겨났다. 

땅의 또 다른 이름은 흙이다. 태초부 터 윤택한 흙의 향연이 펼쳐지던 여 주를 떠올려 보자. 강물, 구절양장으 로 상류를 굽이굽이 돌아 내려오던 강물은 중류 여강에 이르러 백리에 걸친 너른 충적평야를 만들며 차곡차 곡 야무지고 알찬 기운을 쌓는 역사 (役事)를 하여 이곳의 농사를 빛나게 했고, 백토 점토의 도자기 농사도 실 하게 영글도록 했다. 

생각해보면 도자기 만드는 일도 지 극정성의 농사일과 한가지인 것이다. 아름다운 여강 기슭을 거닐며 서기어 린 천년 도자기의 고장 여주에서 도예가로 살아가는 것, 이것은 매우 특별하고 근사한 일이다. 지수화풍을 맘먹은 대로 다루며 또 하나의 자연으로서의 인간, 이 향기로운 경지의 삶을 추구하는 도예인을 세간의 많은 이들은 선망하기도 하리라. 

때맞추어 세상은 바야흐로 문화 예 술의 시대로 넘어 왔고 모두가 그 넓고 깊은 품에서 여유로운 휴식을 하 길 원한다. 이러한 시대의 흐름은 생존만이 지상의 목표였던 과거의 어려 웠던 삶과는 차원이 다른 풍요로운 문화적 욕구를 충족하며 살고자 하는 인간의 보편적 적극적 행복추구의 발현이라 할 일이기에 자연스럽고 바람직한 현상이라 할 것이다. 그러니 이제부터는 문화예술의 눈으로 세상을 보는 법에 익숙해 질 필요가 있다. 새로운 시대의 화두를 들고 까맣게 잊었거나 놓쳐버렸던 여주의 도예에 관한 얘기들을 다시 성찰해보자. 여 주의 도자기 문화에 깊은 애정을 가 지면 그것은 반드시 더 큰 행복감으 로 보답할 것이다. 단언컨대 여주의 밝은 미래는 도자산업의 부흥으로 기약될 것이다. 

옛날, 사대부의 나라인 조선, 사농공 상의 위계에서 하층의 천민으로 살아 야 했던 도자 장인들의 삶은 비참했 다. 이웃나라 중국과 일본은 도자산업을 국가의 기간산업으로 우대하여 괄목할 발전을 이루고 세계에 문화강국으로 이름을 알리며 국부를 성취해 낸다. 조선은 도예강국이 된 일본보다 무려 칠백년이나 앞선 자기 생산의 선진문명국이면서도 도예인을 천민으로 대하는 것 외에 별로 뚜렷하게 한 일이 없었으니, 이것은 한 사회를 움직이는 이데올로기와 가치지향이 얼마나 엄청난 현실의 차이를 만들어 내고야 마는지 뚜렷이 알게 해 주는 일이라 하겠다. 스스로 궁핍 을 택한 조선을 생각하면 지금도 안 타까운 맘이 든다. 어쨌거나 그 속에 서도 옛날의 여주는 대단한 도자기 생산지로서의 위상을 영위하며 오늘에 이른다. 

그러면 이제부터 불문곡직하고 작금의 현실을 보자. 한국 최대의 도자 산지로서의 여주의 위상은 지금 자못 위태롭게 흔들리는 중이다. 좋은 작업내용을 가지고 오래도록 작업장과 전시관을 운영하던 작가들이 하나 둘 문을 닫거나 이웃 지역으로 이주해 가는 상황들이 이어지고 있고 최근 들어 더 빈번히 목격된다. 20년 전만 해도 600여개의 요장이 성업하던, 국내 최대 규모의 도예의 메카라 불리며 승승장구하던 여주의 도자산업은 90년대 중반을 지나면서 서서히 불경기의 늪으로 빠져들기 시작하고, 2000년 세계도자기엑스포재단(지금의 한국도자재단) 본부가 이천에 세워지고 도자산업이 이천을 중심으로 재편 되는 흐름에 밀려 뜻하지 않은 어려움에 직면 한다. 더욱이 이천은 도예 특구로 지정되면서 도자산업에 날개를 달게 되니 상당한 수의 작가들 이 이천으로 이주해 가게 되는 배경이 된다. 위축일로에 있던 여주의 도자산업은 이제 절반정도만 남아 힘겹 게 버티고 있는 상황이 됐다. 

구조적이고 체계적인 지원책을 들고 나온 이천에 비해 여주의 역대 행정가들은 도자산업을 키우기 위한 종합 적 대책은커녕 너무도 미약한 대응 으로 일관했다. 상대가 안 될 정도였다. 돈이 없다거나 다른 산업과의 형 평의 문제를 들어 회피하는가 하면 아예 도자산업을 귀찮아하는 이들도 있었다. 여주와 이천의 극명한 대비 를 말할 때 혹자들은 이러한 일련의 이야기들을 변형된 지역주의라며 비판하기도 하지만 기실 이것은 그 보 다는 여주 도예의 존폐의 위기에 대 한 현실이 그만큼 엄중한 것이란 걸 강조해 말하고자 함이다. 솔직히 우 리가 목도하는 현실이 함축하고 있는 수많은 이야기들을 모두가 슬며시 외면하거나 속수무책으로 일관해왔음을 주지하자. 

도예인들 자신도 뚜렷한 자구책을 가지고 위기에 대처하거나 문화예술행 정과 연계 해 지혜롭게 난국에 대처 해 내지 못한 것은 자성해야 한다. 그러므로 이제 사실을 냉정히 보는 것에서부터 시작하자. 물론 문제는 복합적이고 구조적인 어려움들이라 해법을 찾기가 쉽지 않다. 홀대와 왜 곡, 남 탓과 무관심으로 점철된 것들 을 바로잡으려는 노력을 출발로 삼아 한발씩 내 딛다 보면 언젠가 그 숙제 를 풀 수 있으리라 본다. 함께 탐구 하고 모색하며 토론과 논쟁, 협력과 양보로 방법을 찾아야 할 때다. 

문화예술이 대세인 시대에 그 본고 장 여주에서 도자예술이 생사의 기로 에 서 있는 아이러니를 보며 아득히 먼 옛날, 고려와 조선의 장인들이 겪 었던 우울과 절망을 또다시 데자뷰로 만나고 싶지는 않다. 훗날 오늘의 지 혜로운 결단에 대하여 즐거운 후일담 을 전해 줄 수 있길 앙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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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8/08/01 [17:29]  최종편집: ⓒ 세종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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