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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록여행15-세종의 말, 그리고 국가운영의 방향
 
세종신문   기사입력  2018/10/06 [17:23]
임금이 되어 정무를 보면서 내리는 판단을 보면 그의 국가운영 방향과 개인적 성향을 알 수 있다. 이런 생각들이 기초가 되어 향후 국정운영의 큰 틀이 만들어질 것이다. 세종 32년 재위에 영향을 미친 그의 생각을 들여다 본다. 임금에 즉위한지 약 4개월간 신하들과의 대화 속에서 건져 올리는 말들을 간추려 보았다. 
 
뜻을 받들고 순종함이 곧 효도이다. 상왕께서 민생의 어렵고 괴로움을 염려하시어 폐지하라고 분부하신 것을 내가 감히 청할 수는 없다. (즉위년 9.16)
 
흉년을 당한 상황을 염려하여 상왕 태종이 각도의 진상품을 대부분 줄이라는 명을 내린다. 이에 대해 신하들은 그리 큰 문제가 되지 않으니 진상품을 줄이는 일은 거두어달라는 청을 넣은 것에 대한 답변이다. 임금으로서의 정사도 기본문제인 효의 문제와 연관짓는 것은 기존 권위에 대한 존중을 중시하는 태도라고 볼 수 있다. 
 
지금 때 아닌 우박이 내리니, 이에 기도하여 재앙을 물리치는 법전이 있지 않을까. 예조로 하여금 옛 제도를 상고하여 아뢰게 하라. (9.25)
 
자연현상에 민감하다. 자연현상은 사람이 어떻게 통제할 수 없는 일이기에 기도하는 방법을 찾고자 한다. 그것이 법전에 있지 않을까를 묻는 마음에서 어떻게든 재해를 줄이고자 하는 방법을 궁리하는 임금의 마음을 읽는다. 후에 극심한 흉년을 당해 했던 세종의 말 중에 하늘의 일은 비록 사람이 어찌할 수 없으나 사람으로서 해야 할 일은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말을 하는것과 맥이 닿아 있다.
 
나는 박자청의 죄를 논한 것을 그르다고 하는 것이 아니고, 허지가 면전에서는 순종하고 물러나와서는 뒷말이 있음을 말하는 것 뿐이다. (10.5)
 
자청은 토목공사의 감독을 전문으로 하는 관료인데 상왕 태종의 신임을 얻은 인물이다. 하지만 그의 성품이 좋지 않아 여러 비판을 받았다. 허지는 비판을 업으로 하는 언관의 직책을 맡고 있었다. 상왕께서 자청의 벼슬을 올려주려고 할 때 그 앞에서는 알았다고 대답했지만 물러 나와서 다른 중신들에게 박자청이 불가하다고 말하며 불만을 토로하였다. 이를 질책하며 하는 말이다. 직언을 하는 직책에 있는 자로서 권력 앞에서는 제대로 말하지 못하고 물러나와 뒷말을 하는 것은 직언속에서 실수하는 것보다 더 나쁜 일이라고 보는 것이다. 면직하여 집에서 쉬라고 명하였다.
 
과거를 설치하여 선비를 뽑는 것은 참다운 인재를 얻으려 함인데, 어떻게 하면 선비로 하여금 부화(浮華)한 버릇을 버리게 할 수 있을까. (10.7)
 
세종하면 공부하는 임금의 이미지가 있다. 이 말을 한때는 처음으로 경연을 시작한 때다. 신하들과 함께 교재를 가지고 토론하며 학습하는 장이다. 대학연의를 읽었다. 대학연의는 사서 중 하나인 대학을 풀이한 책이며 국가경영의 주요한 요체들이 주로 담긴 책이다. 세종의 정치교과서와 같은 역할을 했다. 곧고 바르며 학식이 있는 선비를 등용하고자 하는데 선비들이 모두 겉멋이 든 사람들이 많다는 지적이며 이를 바로잡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를 논한다. 모양을 내고 현학을 뽐내는 사람보다 질박하고 실질을 숭상하는 실력 있는 인재를 원하는 마음이 읽힌다. 결국 집현전으로 이어지는 인재양성의 고민이 담긴 대목이다.
 
경서를 글귀로만 풀이하는 것은 학문에 도움이 없으니, 반드시 마음의 공부가 있어야만 이에 유익할 것이다. (10.12)
 
역시 경연에서 나온 이야기다. 경연에 참여한 학자이자 관료인 이지강이 대학연의를 논강하다가 ‘임금의 학문은 마음을 바르게 하는 것이 근본이 되옵나니, 마음이 바른 연후에야 백관이 바르게 되고, 백관이 바른 연후에야 만민이 바르게 되옵는데, 마음을 바르게 하는 요지는 오로지 이 책에 있사옵니다.’라고 했다. 신하로서 임금이 먼저 바르게 되어야 나머지가 바르다,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이 맑다고 하는 전형적인 임금 길들이기용 발언이라고 할 수 있다. 이에 임금은 학문하는 자의 태도가 글귀만 잘 알아서는 진짜 학문이라 할 수 없고 마음을 수양하는 덕의 영역까지 나아가야 한다고 말한다. 마음이 올바라야 한다는 얘기다. 이 말을 한 이지강의 입장에서는 한방 먹은 셈이다. 향후 인재등용에 매우 중요한 지침이 되는 말이다. 
 
부자 형제의 지극한 정으로 어찌 서로 보고싶지 않겠느냐. 지난달에 상왕께서 불러 보시고자 하셨으나, 대간의 청으로 인하여 이루지 못하시고 이제야 부르신 것이니, 경들은 번거롭게 청하지 말라. (10.17)
 
셋째아들 충녕이 엉겁결에 왕이 되었고 세자였던 첫째 양녕은 폐위되어 지방으로 가서 살았다. 그런데 그게 늘 마음에 걸린 상왕 태종이 양녕을 궁으로 불러 안부를 물었다. 이때 소식을 들은 세종은 밤늦은 시간에 상왕의 처소에 가서 형을 만나보게 된다. 이를 들은 신하들이 깜짝 놀라 상소를 했다. 충녕은 이제 양녕의 동생이 아니라 일국의 왕이기 때문이다. 

‘신 등이 듣자옵건대, 양녕 대군 이제가 상왕전에 와 있다고 하오니, 제가 종사(宗社)에 득죄하였음은 천하가 다 아는 바이온데, 이제 상왕께서 전내(殿內)로 불러 들이셨음은 신 등이 놀라와 견딜 수 없사오며, 장차 상왕께 아뢰고자 하나이다.’ 

종사에 죄를 얻어 쫓겨난 양녕을 궁으로 불러들이는 것도 불가하지만 친교를 맺는 일은 매우 위험하다는 사실을 알린다. 하지만 사사로운 부자간의 정으로 입막음하며 이를 제지하였다. 결국 양녕은 80을 넘겨 사는 장수한 폐세자가 되었다. 당시의 권력구도에서 보면 이는 대단히 놀라운 결말이다. 양녕의 천수는 세종의 보호아래 있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이다. 
 
안석(安石)은 소인의 재주 있는 사람이다. (11.7)
 
경연에서 나온 이야기다. 송나라 역사의 내용을 공부하던 중 재상이었던 사마광과 왕안석의 이야기를 나누었다. 당대의 석학이라고 불리는 변계량이 말한다. 

‘온인(溫仁)하고 근후(謹厚)함은 사마온공(司馬溫公)이 제일이고, 왕안석(王安石)은 선유(先儒)가 소인(小人)이라고 하였으나, 그 문장(文章)·정사(政事)와 마음 씀을 보건대, 모두 다른 사람이 미칠 수 없사오니, 전적으로 소인(小人)이라고 지목할 수 없는 듯합니다.’ 

선인의 평가가 실린 대목인듯하다. 송나라에서 사마광과 반대파였던 왕안석의 신법(세금제도)때문에 나라가 한참 시끄러웠다. 이 대목에서 왕안석을 소인이라고 평가하지만 재주를 보건데 그리 소인은 아닌 듯 하다고 하는 이야기에 ‘재주있는 소인’이라고 평한다. 향후 세종의 인재관을 보면 마음이 바르고 재주 있는 사람과 마음이 바르고 질박하지만 재주가 좀 떨어지는 사람, 재주는 뛰어난데 마음이 바르지 않은 사람 중에서 차선을 고른다면 마음 바른 사람을 우선한다는 입장을 가지고 있었다. 
 
발행인 김태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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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8/10/06 [17:23]  최종편집: ⓒ 세종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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