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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의 건강권 보장을 위한 재정투자는 ‘적자’가 아니다
박재영의 사이다 톡톡
 
세종신문   기사입력  2019/05/16 [13:20]
▲ 박재영 복지국가소사이어티 정책위원     
얼마 전 고령의 어머니가 갑자기 큰 통증을 호소하셔서 급하게 집 근처의 작은 병원에 입원해 검사를 받았다. 어머니는 88년을 살아오면서 이번처럼 참을 수 없을 정도로 아프다고 고통을 호소한 적이 없어서 큰 걱정에 검사결과를 기다렸다. 담당의사가 전달해준 진단결과는 청천병력과도 같았다. 촬영 사진을 보여주면서 “암인 것 같으니 종합병원이나 대학병원으로 가라”고 단정적으로 말했다. 
한동안 할 말과 넋을 잃고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 것인지를 생각할 여유도 없었다. 정신이 멍해진 상태에도 온갖 상념에 빠져들었다.

어머니는 본 사람들이 “연세에 비해 매우 정정하고, 아주 건강해 보인다”고 할 정도로 건강한 모습이고, 기억력은 물론 논리적 사고력도 젊은이에 못지않았다. 그런 어머니가 암으로 고통스런 죽음을 맞이해야 한다는 동네 의사의 그 단정적인 결론을 거부하고 싶었다. 어머니의 전후사정을 살펴볼 때 ‘암이 아니라 그냥 혹일 수도 있다’는 한 가닥의 믿음(!)으로 대학병원을 찾았다.

진료를 기다리는 일주일 동안 제한된 정보로 인해 환자는 어쩔 수 없이 ‘을’임을 확인해야 했고, ‘최악의 상황’을 상상하며 살이 에이는 고통을 감내해야 했다. 대학병원에서 이른 아침부터 오후까지 진행된 정밀검사를 마친 후 담당의사에게서 “암이 아니고, 일반 종양이라서 간단하게 복강경수술로 혹을 제거하면 된다”는 설명을 듣고 이틀 후 수술로 지옥 속에서 벗어나는 희열을 만끽했다.

수술 후 이틀 만에 건강하게(!) 퇴원하시는 고령의 어머님을 보면서 먼저 세상을 떠나신 아버지 생각이 났다. 지금처럼 응급환자를 위한 고속도로 갓길이 없던 시절 아버지는 뇌출혈로 쓰러져 여주의 작은 의원 여러 곳을 전전하였다. 주말 꽉 막히는 도로 위에서 여러 시간을 허비하며 서울의 큰 병원으로 옮기던 중 뇌사상태에 이르러 제대로 된 치료 한 번 받지 못하고 결국 세상을 등지셨던 아버님에 대한 슬픈 기억이 진하게 되살아났다.

의정활동을 할 때 출산 산부인과병원과 소아과병원, 규모가 있는 응급실을 갖춘 종합병원  하나 없는 여주의 현실을 개선하기 위해 ‘깨어 있는 시민들’과 열정을 쏟았던 경험이 있다. 인구규모가 작아서 번듯한 종합병원은 물론이고, 안심하고 아이를 낳고 기를 수 있는 출산산부인과병원과 소아과병원이 부족함을 질타하며 스스로 건강권을 보장받고자 노력했던 젊은 엄마들의 모습이 선명하게 떠오른다.

대학병원이나 종합병원을 유치할 수 없다는 ‘절망’에 여주시민들이 고통의 한숨을 쉬게 할 것이 아니라 시민의 건강권을 수호하기 위해 공공보건의료분야에 선도적으로 ‘과감한 투자’를 행함으로써 시민들이 ‘여주는 살 만한 도시’라고 자긍심을 가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시민들 속에서 “어디가 조금이라도 아프면 여주에 있는 의원에 갈 것이 아니라 곧바로 서울의 큰 병원으로 가야 생명을 구할 수 있다”는 불만이 쏟아져 나오는 것은 여주지역 정치지도자들의 무능과 무책임 때문이다.
 
여주시의 1년 총예산액 8천여억 원 중에 시민의 건강권을 보장하기 위해서 수십억 원을 투여하는 것은 마땅하다. 여주는 ‘적자’ 논리를 탈피하고 신뢰할 수 있는 종합병원에 버금가는 ‘시립병원’을 설립하는 것을 적극 검토하고, 추진함으로써 정의롭고 공평한 의료체계를 확립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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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9/05/16 [13:20]  최종편집: ⓒ 세종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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