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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록여행 43-왕의 편지 ‘나를 위하여 장성이 되어주오’
 
세종신문   기사입력  2019/07/11 [09:46]
▲ 세종신문 대표 김태균 
하경복이란 장군이 있었다. 고려말 1377년에 태어나 세종 20년, 1438년에 돌아갔다. 61세를 향유했다. 실록에는 세종이 신하를 위하는 다양한 관심과 배려의 이야기들이 나온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집현전의 신숙주에게 늦은 밤에 옷을 덮어준 이야기가 대표적이다. 

실록을 읽어 나가다가 함길도 변방에서 국경수비에 충실한 하경복 장군에게 보내는 세종의 편지를 만나 잠시 숨을 골랐다. 임금이 장군에게 보내는 편지인데 내용과 전개가 사뭇 마음에 남는다. 당시가 세종 6년인데 태종이 2년전에 돌아가고 이제 홀로 임금으로 있은 지 2년이다. 처음에는 많은 부분 당황스러움도 있었을 것이다. 

세종은 태종의 승하와 함께 국방에 대한 전적인 권한을 갖고 임금 노릇을 새롭게 했다. 당시는 북방의 혼란을 잠재우고 함경도쪽의 북쪽 국경을 견고히 해야 하는 임무가 가장 컸다. 아버지와 함께했던 무장 하경복에게 맡겨 놓은 지 2년이 지났다. 보직을 바꿔주어야 할텐데 그럴 만한 사람을 찾지 못해 편지를 보낸다. 때는 한겨울이다.
 
내시 한홍(韓弘)을 보내어 유서(諭書)를 함길도 도절제사(咸吉道都節制使) 하경복(河敬復)에게 주었는데, 이르기를
"야전 생활에 수고가 많으리라 생각한다. 
당초에 경이 진(鎭)에 부임할 때, 변방의 경보가 급하여 명령을 받고 바로 떠나 늙은 어머니를 뵈올 겨를도 없었으니, 내 실로 민망히 여겨 일찍이 사람을 보내어 경의 어머니를 존문한 것은 이미 들어서 아리라고 생각한다. 
경이 북문(北門)을 수직하면서부터 국경을 방어하는 군정(軍政)은 날마다 잘되어 나가고, 간사한 도적들이 틈을 타고 나왔으나 여러 번 승전을 보고하여, 변방의 백성들이 자못 편하게 쉴 수 있게 되었다. 작년 가을의 경원(慶源) 싸움에 경이 몸을 일으켜 단신으로 뛰어나와 친히 시석(矢石-화살과 돌)를 무릅쓰고 싸워, 드디어 여러 장교들이 앞을 다투면서 역전하여 적을 격파하였으니, 경의 충의에 내가 중요하게 의지하는 바이다. 
경이 진(鎭)에 있은 지 거의 두 돌이 되어 가니, 규례로는 당연히 갈려서 돌아와야 할 것이나, 나는 생각하건대, 인재가 어렵다는 것을 탄식한 것은 옛날부터 그러하였거니와, 장수의 임무를 어찌 경솔히 줄 수 있겠는가. 더구나, 지금 군사는 경의 위엄과 은혜에 익숙하고 적도 경의 용감한 병략을 무서워하는데 〈어찌 경을 바꿀 수 있겠는가.〉 아무리 장수될 만한 사람을 살펴도 경과 바꿀 만한 사람이 없다. 
옛날에 송나라 태조 때에 변방에 주둔한 장수로 이한초(李漢超)·마인우(馬仁瑀)와 같은 사람은 모두 그 직에 오래 있어, 혹 수십 년이 되었어도 교대하지 아니하였다. 옛사람의 조처도 실로 깊은 뜻이 있는 것이다. 
경은 나를 위하여 머물러서 장성(長城)이 되어, 나의 북쪽을 염려하는 근심을 없애도록 하라. 겨울날이 추우니, 근일에 편안히 지내라. 유서를 보내는데 다른 말은 더하지 않는다.” 하였다.(세종6년 11월 29일)
 
하경복 장군의 본가는 경남 진주에 있다. 아버지는 돌아가시고 늙으신 어머니만 계신다. 물론 동생이 근처에서 벼슬하며 돌보지만 집은 가난했다. 그래서 세종은 이 편지를 보내기 약 한달전에 그 어머니에게 옷감과 쌀을 보내는 배려를 아끼지 않았다.
 
임금이 이르기를,
"함길도 도절제사 하경복(河敬復)이 나라를 위하여 변방에 진을 치고, 근일에 승전한 공로가 있는데, 그 어미가 멀리 경상도 진주(晉州)에 있고 또 집이 가난하니, 어머님을 모시지 못하는 그 생각이 어떠하랴. 임금으로 신하를 부리는데 그들의 마음을 알아야 할 것이다.” 하고, 곧 그 어미에게 능견(綾絹) 각 1필과 쌀 30석을 내리었다.(세종6년 11월 2일)
 
세종은 북방의 춥고도 먼 곳에서 변경수비와 함께 백성을 지키고 군사를 모집, 훈련하는 일에 전념하고 있는 장군에게 위로의 글을 보낸다. 집안걱정을 하고 있을 것이 틀림없으니 먼저 어머니는 임금인 내가 조금이라도 챙길테니 걱정말라는 말이다. 그리고 이어지는 편지내용은 리더로서 함께 일하는 팀원인 신하에게 깊은 관심과 존중의 마음을 담아 내용을 전한다. 지난 전투에서 수고했다, 공로를 치하한다, 이제 때가 되어 보직을 바꿔 주어야 하나 당신 만한 사람이 없다, 조금 더 수고해달라, 내가 의지할 장성이 되어 주기를 바란다고 썼다. 일반 전령을 보내지 않고 내시를 직접 보냈다.

이 편지를 보면서 사람의 마음을 얻고 담고 키우는 젊은 정치가를 만나게 된다. 이 편지를 받은 사람은 어떤 마음이 들었을까. 행간속에 숨어있는 배려와 관심을 읽는다면 목숨 바쳐 충성하고자 하는 마음이 샘 솟았을 듯하다. 편지를 수십 번 읽었을 것이다. 그리고 임금에게 답장을 한다. 단순한 수사적 말만은 아니라고 보인다. 
 
함길도 도절제사(都節制使) 하경복(河敬復)이 사은전(謝恩箋)을 올려 이르기를,
"갑자기 사신이 와서 임금의 권장하는 글을 보니, 혼자서 임금의 총애를 받게 되어 감격에 넘친 눈물이 흘러내립니다. 더구나, 분수에 넘쳐 그 은혜를 뼈에 새겨 보답해야겠습니다. 
엎드려 생각하건대, 신이 외람하게 용렬한 자품으로 일찍부터 넓으신 은혜를 받게 되어, 위험을 피하지 않고 봉사하여 자나깨나 잊지 않으며, 나라를 위하여 외적을 방어하는데 어찌 감히 어수선하여 어려운 시기에 사퇴할 수 있겠습니까. 다만 계책이 알맞지 못하여 중책을 위임한 뜻에 부응하지 못할까 두려울 뿐입니다. 앉아서 1년 이상의 국고를 소비하면서 겨우 한 번 싸우고 서로 물러서게 되어 바야흐로 죄를 기다리고 있는 터인데, 외람하게도 상을 받게 되었습니다. 이는 저의 한 몸만이 받는 것이 아니라 모친도 또한 영광에 참예하였으며, 백성과 함께 부를 즐거운 노래와 같은 보배로운 글을 내리시고 송(宋)나라의 고사(故事)를 인용하여, 이 몸으로 하여금 오랫동안 임무를 맡아 성과가 있게 하라 하셨습니다. 
이제 정일(精一)하게 중도를 잡고 큰 업적을 이루며, 옆으로 훌륭한 인재를 구하여 여러가지 공적을 백공(百工)에게 베풀고, 국경을 조심하고 튼튼하게 하여 나라의 기초를 영구히 굳건하게 하려는 성대(聖代)를 만나, 신을 가리켜 변방 일을 대강 안다 하시고 신으로 하여금 옛사람에게 비유하시니, 신은 감히 전일에 닦은 바를 부지런히 계속하고 평소에 품었던 뜻을 더욱 굳게 하여, 덕과 위엄을 오랑캐에게 선양하여 어진 사람에게 돌아오게 하고, 변방 백성에게 농업을 권장하여 길이 생업을 즐기도록 하겠습니다.” 하였다. (세종6년 12월 19일)
 
열악한 조건에서 최선을 다하는 신하의 노고를 아는 임금과 자신의 책임을 다하는 신하에게 깊은 애정을 담아 격려하는 임금의 만남은 참으로 훈훈하다. 세종시대의 특이한 점은 당쟁이나 정쟁의 흔적이 거의 보이지 않는다. 의견의 차이를 토론을 통해 합의해가는 과정은 있으나 모략과 암투로 제로섬게임을 만드는 이전투구는 없었다. 모두 백성을 위하는 마음이 깊었다.
지금 정치는 그때에 비하면 참으로 한심하다. 국민은 자신들의 명분을 세우는데 쓰이는 재료로만 쓴다. 제발 국민을 위해, 국가를 위해 일을 해 주길 바란다. 국록을 받아 드시는 정치인들이여.
   
세종신문 대표 김태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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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9/07/11 [09:46]  최종편집: ⓒ 세종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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