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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진 자’들의 사회적 의무 강화되어야
박재영의 사이다 톡톡
 
세종신문   기사입력  2019/09/05 [14:10]
▲ 박재영 복지국가소사이어티 정책위원     
얼마 전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가 개혁과제를 발표하는 중에 ‘소득비례벌금부과제’를 도입하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는 것을 봤다. 우리나라도 이제는 정의로운 사회를 지향하고자 ‘가진 자들의 도덕적 의무’를 강화시키는 방향으로 옮겨가고 있음에 공감한 바가 있다.

필자가 해외 의정연수로 핀란드를 방문했을 때 노키아 부사장이 자동차 속도위반으로 1억 8천만 원의 범칙금을 냈다는 말을 듣고서 ‘소득비례벌금부과제’를 처음 알게 되었다. 핀란드는 범칙금이나 벌금을 위반자의 소득에 따라 차등으로 부과하고 있었는데 ‘사회지도층의 도덕적 의무’라는 말이 가슴에 와 닿았다. 

소득이 없는 사람들은 과속이나 규칙을 지키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 아니다. 소득이 많다고 범칙금이나 벌금을 과하게 낸다는 것에 이견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법과 제도는 그 사회를 구성하고 있는 사람들의 합의하에 제도화되고, 공정하게 집행된다. 따라서 소득이 높은 사람들이 사회적 지위에 걸맞게 더 큰 ‘벌’을 받는 것을 당연하게 받아들이면 사회제도로 자리매김 되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재벌이든 중소기업 사장이든 고위관료든 선출직 고위공직자든 노동자와 농민이든 남녀노소 지위고하에 상관없이 모두가 동일한 벌금과 범칙금제도를 적용받는다. 이것이 합당하다고 주장할 수도 있으나 가진 자들에게는 범칙금이 ‘껌값’으로 여겨지기도 한다. 

얼마 전에 모 재벌기업의 총수가 구속되어 노역 대신 벌금을 납부하는 과정에서 일당을 매우 높게 산정해 ‘황제노역’이라는 비난을 받았다. 벌금이나 범칙금은 부자나 가난한 자의 구분 없이 모두가 동일하게 적용을 받으면서 노역을 대신하여 벌금을 산정할 때에는 자신들의 지위에 적합한(?) 일당 산정을 한 것도 모순이다.

조국 법무부장관 후보는 진보적 지식인으로서 ‘강남좌파’라는 별칭을 들으면서도 민주주의 회복과 정의로운 사회구현을 위한 사회적 변혁의 과제를 실천하는데 충실했다. 조국 후보는 의혹을 받을지언정 ‘범법행위’를 하지 않았음에도  기득권층으로서의 ‘특혜’를 누렸다는 사회적 질타를 피해갈 수는 없었다.

우리나라와 같이 매우 짧은 기간에 만들어진 ‘졸부’들은 지나친 자식사랑에 매몰되어 부의 세습에만 몰두하고 있다. 심지어 서민들 모두에게 놓여 있었던 계층상승의 사다리를 단호하게 걷어차 버리고, 자신들의 후손을 위한 ‘황금사다리’만을 유지시키려고 한다. 이러한 가진 자들의 ‘민낯’이 사회적 공분과 함께 청년세대의 허탈감과 분노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대한민국의 부자들은 ‘세금 없이 복지는 없다’는 객관적 진리를 부정할 뿐만 아니라 사회성원의 공동노력에 의해 쌓여진 부를 독점적으로 지배하려는 과욕을 억제하지 못하고 있다. 

이들은 사회적 지위와 권위로부터 파생된 ‘사회적 의무’는 바닥에 내팽개치며 저급한 약탈적 자본가의 모습을 여지없이 노출시킨다. 우리나라 재벌들은 증여세와 상속세를 낮추려는 정부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면서 더 많은 사회적 기여를 주장하는 미국의 거대자본가들과 슬픈 차별성을 확인시켜준다.

굳이 ‘노블리스 오블리제’라는 말을 강조하지 않아도 사회와 국가의 구성원들이 공동의 땀으로 쌓아 올린 부와 특권을 국민들과 나눌 수 있는 지혜가 필요하다. 

가진 자들이 사회적 의무를 인정하고 기꺼이 이행할 때 사람 사는 행복한 세상에 좀 더 가까워질 수 있다.  
  
박재영 복지국가소사이어티 정책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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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9/09/05 [14:10]  최종편집: ⓒ 세종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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