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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음과 선(善)은 계속 전파되는 힘을 가졌다”
[인터뷰] 부뚜막 삼겹살 김일태·박옥주 부부
 
송현아 기자   기사입력  2019/12/04 [21:17]
이웃에 대한 따뜻한 관심이 필요한 계절이 돌아왔다. 식당을 운영하며 어려운 이웃을 위해 늘 봉사하는 마음으로 살아가고 있는 ‘부뚜막 삼겹살’ 김일태·박옥주(이하 김, 박) 부부를 만나봤다. 이 부부는 훌륭한 분들이 많은데 우리가 인터뷰를 하게 되어 부끄럽다면서 베푸는 삶이 당연하다고 여기며 살아갈 뿐이라고 겸손하게 말했다. 
  
▲ 어려운 이웃을 위해 무료로 식사를 대접하고 있는 부뚜막 삼겹살 김일태·박옥주 부부.     © 세종신문

한 자리에서 20년 째 식당을 하고 있다. 어떤 계기로 식당을 시작하게 되었나?

이천에서 사업을 여러 개 했었다. 여주에 오기 직전에는 찜질방 사업을 크게 했는데 시작한 지 얼마 안 되어 IMF가 터졌다. 사업을 접고 나는 일용직, 집사람은 식당일을 하며 살았다. 먼저 여주에 자리 잡은 형님이 여주로 오라고 하셔서 지금 이 자리에서 식당을 시작했다. 처음 6년간은 3평 남짓한 식당 뒷방에서 식구 네 명이 살면서 고생도 많이 했다. 
 
식당을 하면서 어려운 이웃을 위한 무료 식사대접을 10년 넘게 해오고 있다고 들었다. 

식당을 하기 전 사업을 할 당시에는 제법 잘 나갔었다. 승승장구하다가 망했는데 아마도 계속 잘 나갔으면 어려운 이웃을 돌아볼 기회가 없었을 것 같다. 절박한 마음으로 하루하루를 살다보니 어려운 분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식당을 하다 보니 따로 시간을 내서 봉사활동을 하러 다닐 수가 없다. 그래서 식당에서 식사대접을 하는 방식으로 봉사를 했다. 주로 어르신들이나 장애인, 저소득층 아동들을 대상으로 식사 대접을 했다. 지금은 여흥동 주변 어르신, 공공근로 어르신들에게 식사대접을 하고 오학동 어르신 30~40여 분에게 해마다 2~3차례 식사대접을 한다. 추운 겨울 자선냄비 자원봉사를 하시는 분들에게도 따뜻한 식사 한 끼 대접하려고 한다.


봉사를 해야겠다는 생각은 언제부터 하게 되었나?

어린 시절 시골에서 성장했다. 우리 부모님은 배고픈 사람이 집에 찾아오면 늘 성의 있게 식사를 대접하셨다. 베풀며 살아가는 부모님 모습을 어렸을 때부터 보고 자라서인지 돈이 없다며 밥 달라고 찾아온 분들에게 식사 대접하는 것을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부모님께 용돈을 충분히 드리며 살아오지는 못했지만 우리 부모님은 우리가 어렵게 살면서도 남을 돕는 것을 자랑스럽게 여기신다.

▲ 지난 날을 회상하며 대화를 이어가고 있는 부뚜막 삼겹살 김일태 대표.     © 세종신문

봉사를 하다보면 어떤 마음을 갖게 되나?

돌이켜 보면 감사한 마음뿐이다. 어려운 이웃에 식사를 대접하면서 오히려 내가 더 기쁘고 행복하다는 것을 느끼게 되었다. 식당일이 워낙 고되니 몸은 힘들지만 마음만은 즐겁고 힐링이 된다. 나의 고생이 행복으로 메아리가 되어 돌아오더라. 식사 대접할 날을 잡아 놓고 설레는 마음으로 기다린다. 이제는 때가 되었는데 봉사를 못하고 있으면 마음이 무겁고 불안해진다. 지금 생각해 보면 오히려 빚이 많고 어려웠던 시절이 봉사 후 감동이 더 컸던 것 같다.
 
봉사에 푹 빠진 남편에게 처음엔 섭섭한 적도 많았을 것 같은데.

왜 없었겠나. 남에게 해주는 십분의 일이라도 나한테 좀 해주지 하는 원망도 많이 했었다. 신혼 초부터 집에는 늘 사람들이 찾아오고 나는 매일 밥을 해서 대접했다. 너무 힘들어서 부부싸움도 많이 했다. 그런데 시간이 흐르고 나니 어느 순간 내가 그 사람들을 기다리고 있더라. 안 오면 걱정되고. (웃음)

내가 아파서 병원에 입원한 적이 있었다. 그 때만 해도 바나나가 정말 귀할 때였는데 일부러 하나만 먹고 아껴두었던 바나나를 남편이 입원실 사람들에게 다 나눠줬다. 아픈 몸이라 더 그랬는지 그 날은 그게 그렇게 섭섭하더라. 그 때 생각했다. 이 사람은 퍼주는 것이 천성이구나.
어르신들을 공경하는 마음은 정말 존경할만하다. 나쁜 일 한 적 없고 늘 최선을 다 하니까 남편이 하자고 하면 저절로 따르게 된다.
 
봉사활동을 하면서 감동 받은 적이 있다면?

지역에서 봉사하시는 분들을 만나면서 많은 것을 배운다. 웃음과 선은 계속 전파되는 힘을 가졌다. 얼마 전 한글시장 행사에 무료식사권을 경품으로 내놨는데 걷기도 불편할 정도로 연로한 어르신이 그 식사권을 들고 어디로 가야할지 몰라하셨나보다. 그걸 본 고등학생 한 명이 그 어르신을 모시고 우리 식당에 찾아왔다. 그냥 가려고 하길래 너무 고마워서 같이 식사하고 가라고 붙잡았다. 그랬더니 그 친구가 어르신 식사도 도와드리고 말벗도 되어 드리면서 끝까지 자리에 함께 앉아 있는데 그 모습이 그렇게 예쁠 수가 없었다. 선이 선을 부르는 과정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요즘 학생들이 안 그럴 줄 알았는데 우리 사회의 미래가 아주 밝다는 생각도 했다.

▲ 지난 날을 회상하며 대화를 이어가고 있는 부뚜막 삼겹살 박옥주 대표.     © 세종신문

남을 위해 봉사하다 보면 가족에게 소홀하기 쉽다. 자녀들은 불만이 없나?

아들만 둘이 있는데 심성이 밝고 어른을 공경하는 마음이 크다. 봉사활동도 종종 한다.
사실 우리가 행복하려고 봉사하는 것이다. 아이들에게도 우리의 순수한 마음을 그대로 보여주면서 사니까 잘 따라와 주었다. 솔직히 다른 사람 입에 밥 넣어줄 때 내 자식들 입에 밥 못 넣어준 적도 많다. 하지만 우리 아이들은 한 번도 부모를 원망하지 않았다. 낳아주고 키워주신 것만으로도 충분히 감사하다고 말한다. 너무 고맙다. 자식은 부모의 삶을 그대로 보고 배운다. 자식 가진 부모는 참 잘 살아야 한다는 것을 많이 느낀다.
 
종업원들과도 사이가 좋아 보인다.

중국인 유학생 1명이 우리 식당에 알바를 하러 왔었다. 함께 3년간 일하면서 공부를 마치고 중국으로 돌아갔다. 가기 전 그 아이의 한국 엄마, 아빠가 되어 주었다. 함께 일하다 결혼하고 그만둔 종업원이 애기 낳고 찾아오기도 하고 그런다. 

처음 같이 일하게 된 종업원들이나 알바생들은 우리 부부에게 이렇게 힘들게 장사하면서 왜 자꾸 사람들을 돕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한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 그 종업원들도 같이 봉사하게 된다. 알바생 중에는 자선냄비 자원봉사를 하는 아이들도 많다. 봉사의 마음이 전파되고 불씨가 이어지는 것 같아 보람되고 뿌듯하다.
 
지역사회에서 순수한 봉사활동이 지속되려면 무엇이 필요하다고 보나?

사실 봉사활동을 하다보면 가식적인 사람, 얼굴 내세우려고 하는 사람도 많다. 봉사는 돈이 많아서 하는 것이 아니다. 중요한 것은 마음이다. 마음이 부유해야 한다.

학교에서부터 봉사하는 마음을 가질 수 있는 강좌가 진행되면 좋겠다. 가끔 사회봉사시간을 때우기 위해 봉사현장에 나와 있는 아이들을 보게 된다. 봉사를 왜 하는지 그 정신을 마음에 심어주는 교육이 잘 되었으면 좋겠다.

우리 주변에는 이웃을 돕고 싶은 마음은 있으나 방법을 못 찾는 사람들이 많다. 봉사의 기회를 찾아 주고 안내해 주는 프로그램, 봉사자와 이웃을 연결해주는 시스템이 많았으면 좋겠다. 그리고 구체적인 대상을 어떤 방식으로 도울지 다양한 사례를 많이 발굴해서 알려주면 좋겠다.
 
앞으로의 계획은?

김 봉사활동을 하니까 물질적 풍요도 뒤따라오더라. 신문에서 봤다면서 식당을 찾아오시는 분, 소문을 들었다면서 일부러 들르시는 분도 있다. 그 분들 덕에 빚도 갚고 지금까지 식당을 잘 운영해 올 수 있었다. 늘 감사한 마음이다. 앞으로도 베푸는 삶을 당연한 것이라 여기면서 살아갈 것이다. 

지역 소상공인, 시장 상인들이 많이 어렵다. 이 분들이 활기차게 장사하며 살아갈 수 있었으면 좋겠다. 지역사회가 이 문제에 관심을 기울일 수 있도록 노력해 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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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9/12/04 [21:17]  최종편집: ⓒ 세종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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